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을 제보한 조성은 씨 주장대로 녹취록에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언급하고, 고발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까지 내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조 씨는 “녹취록에 윤석열 이름이 없다고 목숨을 걸었던 곳은 윤석열 캠프였다”고 말했다.
◇ MBC, 조성은 핸드폰 녹취록 공개…尹 측, 곧장 의혹 부인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PD수첩은 전날 방송에서 논란이 됐던 조 씨 핸드폰 녹취록을 처음으로 직접 공개했다.
녹취록에서 김 의원은 조 씨에게 “고발장은 저희가 만들어 보낸다”며 “선대위 명의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어느 정도 초안을 잡아봤다’ 이렇게 하시면서 보내면 검찰에서 알아서 수사해준다”는 등 고발장 작성과 전달을 사전 모의해 조 씨에게 세부 지침을 내린 정황이 뚜렷이 확인됐다.
아울러 “고발장을 접수하러 간다면 그쪽에 얘기해 놓겠다”고 말하는 등 김 의원은 이미 검찰에서 퇴직한 상태였지만 검찰 측과 연락하고 있다는 사실도 파악됐다.
김 의원은 “찾아가야 되는데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것“이라며 고발장 접수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는 빠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MBC를 제외한 다른 매체들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는 취지로 보도했으나, 이날 공개된 녹취록을 통해 실제 김 의원이 윤 전 총장 이름을 거론한 것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윤 전 총장 측은 같은 날 밤 곧장 입장을 내 의혹을 또 다시 부인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통화 내용의 일부를 공개하면서 그 해석을 멋대로 달아 ‘윤석열 죽이기’에 나섰다“며 ”녹취록 전문을 보면 윤석열 후보와 무관하다는 사실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등장 부분에 대해서도 “김웅 의원이 자신이 대검에 가면 윤석열이 시킨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니 가지 않겠다고 거절한 것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캠프는 “MBC는 이 밖에도 야당의 경선 시기에 맞춰 ‘악의적인 짜깁기’를 통해 대화 내용을 마음대로 해석하여 거짓 프레임을 씌웠다”며 “소위 윤 후보를 칠 시점을 노린 것이다. 공영방송으로서 선거에 개입하려는 행태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전했다.
◇ 조성은 “尹, 목숨 걸었으나 녹취록에 이름 등장”…공수처 언급도
윤 전 총장 측은 최초 MBC 보도 당시에도 다른 언론사 보도에는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녹취록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MBC를 고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실제 윤 전 총장 이름이 등장하는 것으로 최종 확인돼 연루 의혹을 피하기 어려운 형편이 됐다.
이와 관련해 조 씨는 20일 MBC·KBS 라디오에 출연해 “녹취록에 윤석열 이름이 없다고 목숨을 걸었던 곳은 윤석열 캠프였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 측의 반응에 대해서는 “제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공모를 했다는 게 거의 불가능한 주장이 되니까 (윤석열 캠프가) 이제는 제가 MBC와 짜고 이렇게 했다고 얘기한다”며 “굉장히 저를 높게 평가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조 씨는 “공수처가 적극적인 의지로 (김웅 의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국회에서는 당연히 동의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