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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살려주세요" 호소했던 공무원과 외면했던 세상

 

지난 3일 오후 기자의 휴대폰에는 짧은 부고 문자가 도착했다. 얼마 전 취재차 만난 한 공무원의 비극적 소식이었다. 그는 안성교육지원청 교육시설관리센터(센터) 소속 故 이승현(54) 시설관리주무관. 황급히 찾은 빈소는 슬픔으로 가득 차있었다. 이 주무관의 유가족은 비통한 심정으로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영정사진 속 얼굴을 보자 가슴이 메어졌다. 생전 '살려달라'는 절박한 외침을 뒤로했던 지난날에 후회가 밀려왔다. 고통을 호소하던 그의 눈동자가 떠올라 무한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이 주무관은 9월 초 기자와 만났다. 그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밝히고자, 교육당국에 제출한 탄원서 등 서류를 건넸다. 그러면서 다른 언론사에도 일부 직원이 따돌림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알렸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억울함을 토로하던 목소리를 기자 역시 외면하고 말았다. 센터 직원들이 고인을 향해 욕설과 물리력을 행사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던 탓이다. 그 때 주의 깊게 살폈더라면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 고인의 넋을 기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조문을 찾아온 센터 직원들과 유가족들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었다.

 

고인의 한 맺힌 죽음을 취재한 이후 보이지 않는 폭력의 무서움을 절감했다. 이 주무관은 직장에서 철저히 투명 인간이 됐다. 복수의 동료 직원들은 고인의 성실함과 품성에 대해 입을 모아 칭찬했다. 올해 상반기 모범 공무원으로 선정돼 국무총리상을 수상할 정도로 귀감이 됐던 그의 내면은 점차 병들어갔다. 고인이 몇 번이나 울분을 터트렸을지 짐작조차 힘들다.

 

고인은 지난 6월 초 탄원을 제출했다가 따돌림을 주도한 직원들과 화해를 위해 이를 철회했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팀장 및 일부 직원들과 관계는 단절됐고, 센터장인 과장의 2차 가해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안성교육청이 면피성으로 형식적 민원조정위원회를 열었다는 것이 고인의 유가족 측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안성교육청의 직장 내 괴롭힘 조사가 석연찮다고 지적했다. 조정위는 개최일 하루 전 이 주무관에 출석 통보를 했고, 조사 당일 '직장 내 괴롭힘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 참고인 조사마저도 그의 요청이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만큼 졸속 처리됐다.

 

부조리를 겪은 한 생명이 떠나고 남은 것은 경찰 수사 결과와 교육당국의 감사를 기다리는 일뿐이다. 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황대호 의원(더민주·수원4)은 "한 교육가족이 사각지대로 떨어진 비극을 철저히 밝힐 수 있도록 전수조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황 의원의 말처럼 고인의 죽음에 한 점 의혹 없는 진상 규명이 이뤄지길 희망한다.

 

[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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