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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올해의 처음이자 마지막 체험학습

 

크리스마스 이틀 전인 12월 23일에 올해의 처음이자 마지막 체험학습을 가게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2년 동안 학교 밖 활동은 꿈도 꾸지 못했던 6학년 친구들인데 졸업하기 전에 문화 공연 관람으로 한 해를 마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이 바라던 수학여행과는 거리가 먼 클래식 공연 관람이지만 이것만으로도 학교 밖 활동에 대한 아이들이 갈망이 조금은 사그라들 것 같다.

 

작년에 처음 코로나를 맞닥뜨렸을 땐 이렇게 오래 코로나 때문에 학교가 멈춰있을 줄 몰랐다. 다들 평소처럼 이런저런 체험학습 계획을 잡아뒀다가 모두 취소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코로나 2년 차에는 우리 학년을 제외한 전체 학년에서 체험학습을 안 가기로 결정했다. 학교 운영 위원회에서도 올해 체험학습은 없는 걸로 동의했다.

 

내가 속한 6학년은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문화 사업 예산을 받을 기회가 생겨서 2학기 말쯤에 문화 공연을 관람하기로 계획했었다. 연말 정도면 코로나가 괜찮아지지 않았을까 기대하면서 받은 예산이었다.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2학기 중반 넘어서까지도 코로나가 기승이라 정확한 일정을 잡기가 어려웠다. 다른 소규모 학교는 이미 올해 초부터 전면 등교를 하고 있고 어떤 학교는 체험학습까지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같은 소규모 학교여도 코로나 확진자가 드문 드문 나오는 우리 학교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었다.

 

다행스럽게 수능이 끝나고 아이들이 매일 학교에 나올 수 있게 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아이들이 전일 등교한다면 오전 중에 어딘가에 잠시 다녀오는 체험학습 정도는 괜찮지 않겠냐는 의견들이 나왔다. 교육청에서 받은 예산을 그냥 반납하기에 아쉬움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보통 체험학습은 2~3개월 전에 예약을 마치는 게 일반적인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다급하게 공연 일정을 알아봤다. 우리가 갈 수 있는 조건에 맞는 공연은 클래식 공연 딱 하나였다.

 

체험학습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전, 반에서 아이들에게 체험학습 운을 띄웠을 때 조용하기로 소문난 우리 반 아이들이 모두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서 소리를 질렀다. 남은 건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에 달려있었다. 다행스럽게 학부모님들도 체험학습 가는 것에 긍정적이셔서 무사히 떠나게 되었다.

 

어디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같은 시 내에 있는 공연장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거지만 아이들은 벌써 들떴다. 버스에서 짝은 어떻게 앉을지, 공연 관람 자리는 어떻게 정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우리가 보게 될 클래식 공연에는 아직 큰 흥미를 보이지 않지만 사전 교육을 통해 우리가 보고 듣게 될 공연에 흥미를 느끼게 만들 계획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본인들이 불운하다고 말한다. 코로나 때문에 소풍도 못 가고 등교도 거의 못 하고, 점심시간에 뛰어노는 기억이 없는 채로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때문이다. 기운 빠진 6학년 어린이들에게 초등학교 마지막 체험학습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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