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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 미디어는 어떻게 인간의 확장인가?

마셜 매클루언 (2)

 

 

 

앞서 인용한 매클루언의 말을 다시 상기해보자. “기계시대 동안 우리는 우리 몸을 공간적으로 확장해왔다. 전기 테크놀로지가 등장한 지 1세기 이상 지난 오늘날, 우리는 우리 행성에 관한 한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폐지하면서 우리의 중추신경체계 자체를 지구를 품을 정도로 확장해왔다.”

 

매클루언에게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다. 대표 저서인 『미디어의 이해』의 부제가 ‘인간의 확장’이다. 미디어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는 얘기다. 신체의 확장, 그중에서도 중추신경의 확장이다. 의사소통의 매개체라는 정의와는 차원이 다르다.

 

매클루언에게는 옷과 집도 인간의 확장으로서 미디어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열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바깥 온도가 낮으면 몸 안의 열이 밖으로 이동해 추워진다. 특히 35도 이하가 되면 위험해진다. 이때 옷은 체온을 유지하게 도와주는 피부의 역할을 한다.

 

인류의 조상은 아프리카의 더운 지역에서 지낼 때 털을 포기하게 된 후, 유럽의 추운 지역으로 이동해서는 옷을 입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이후 사계절의 변화가 있는 지역에 상주하면서 사는 동안 진화에 의해 지금과 같은 피부를 갖게 되었다.

 

더울 때는 가볍고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어야 하고, 추울 때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따뜻한 옷을 입어야 한다. 그래서 옷은 피부의 연장으로서 미디어이고, 집은 우리 신체 기관 내부의 체온 조절 메커니즘을 확장한 것으로 미디어가 되는 것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수레, 마차, 자동차, 기차 등 바퀴로 이동하는 것은 모두 발의 확장으로서 미디어다. 이들 기계는 우리 몸을 공간적으로 확장해왔다. 문자는 언어의 한계를 극복해 인간의 중추신경체제를 공간적으로 확장해주었으며, 인쇄기는 그 공간을 더욱더 확장해주었다. 전기 미디어는 더 나아가 우리의 중추신경 체계를 전 세계에 동시에 도달하도록 확장해줌으로써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아예 폐지해버렸다. 이 논리는 단순한 추론이 아니라 상대성이론에 기반을 둔 것임을 설명한 바 있다.

 

인간이 고안해낸 모든 것이 인간의 확장이라는 사실은 생물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진화생물학자 도킨스(Richard Dawkins)는 『확장된 표현형』에서 “어떤 유전자의 표현형 효과는 유전자가 있는 몸 밖으로 다른 생명체의 신경계에까지 깊숙이 도달해 있다.”라고 했다.

 

유전자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몸의 안팎으로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그 노력의 일환으로 생존기계로 하여금 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고안하고 만들게 한다. 진화심리학자 장대익은 “동물들이 만들어낸 인공물들은 모두 자신의 유전자를 더 효율적으로 퍼뜨리기 위한 확장된 표현형”이라면서 마찬가지로 “우리의 문화와 문명도 결국 유전자의 ‘확장된 표현형’ 일 수 있다” 고 했다.

 

매클루언의 이론과 개념은 이렇게 과학적 지식을 근거로 하고 있다. 유전자의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점, 그리고 시간의 단축과 공간의 확장이라는 점에서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다. 특히 전기 미디어는 인간의 눈과 귀가 되어 지구촌 구석구석의 생생한 정보를 빛의 속도로 뇌에 전달해줌으로써 세상만사를 인식하게 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