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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칼럼] 이건 아니다. 아닌 것이다

 

이건 아니다.

 

지난 6일의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쏟아진 말들이 그랬다.

 

이건 아니다.

 

‘지긋지긋한,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이라니. 누가 그에게 그렇게 왜곡된 연설문을 써서 줬을까. 미완성이긴 해도 한반도 종전을 이끌어 가고 있는데다 코로나19의 절대적 위기 속에서도 세계 8위의 무역 대국을 이루어 낸 정부가 무능하다니. 한치의 부정도 없는, 심지어 아티스트인 아들이 공적 지원을 받는 것조차 시비를 받을 정도로 투명한 대통령이 부패하다니. 그것이야 말로 숱한 ‘차떼기 뇌물’의 역사와 국정농단의 과거를 지닌 정당의 후보가 할 말은 아니지 않은가. 스스로가 창피하지 않을까. 아니면 아예 염치라는 인식이 없는 것일까.

 

그러므로 해서 더더욱 이건 아니다.

 

여성은 군 복무를 하지 않으니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하되 자식을 2명 낳은 여자는 예외로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인재랍시고 영입하려 했던 당사자들이 ‘스트릿우먼 파이터’를 축하 댄스 무대로 장식한다. 한 마디로 헛웃음이 나올 일이다. ‘스우파’의 스피릿은 그런 것이 아니다. 공격적일 만큼 당당한 여성상을 시대가 받아들여야 하며 또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음을 스스로 증명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막 갖다 쓸 일이 아니다.

 

그리하여 이건 더욱더 아니다.

 

정규직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30대 자영업자를 핵심 지지자로 갖고 있는 정당이 ‘오징어 게임’의 주제곡을 행사용으로 쓸 일은 아닌 것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주창하는 주제의식은 인간에겐 극단화된 계급사회를 바꾸겠다는 선한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자유주의라는 미혹의 언어를 내세워 사실상 계급사회를 추구하는 정당이 쓰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내용의 드라마이다. 한 마디로 ‘얻다대고’인데 대중 추수주의(大衆 追隨主義: 대중적 인기에만 영합하려는 기회주의적 태도)의 전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걸 두고 포퓰리즘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건 더욱 아니다.

 

총괄선대위원장이라고 하는 김종인 씨는 ‘문재인 정부가 쫓아내려 안달했던 강직한 공직자가 공정과 정의의 상징으로 이 자리에 있다’고 했는데 윤석열 후보는 만인이 알다시피 스스로가 검찰 정치를 하기 위해 사표를 내고 나온 사람이다. 대통령은 그를 쫓아낸 적이 없으며 오히려 지나치게 절차적 민주성을 지키려다가 오히려 대통령의 권한을 너무 소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게다가 강직이라는 단어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사건 무마 의혹부터 부인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사건 의혹까지 온갖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쓸 말이 아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말을 그렇게 막 갖다 쓰면 안될 일이다. 그것도,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아들을 통해 5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챙긴 자가 있던 정당이 할 말은 아닐 것이다. 그 또한 심대하게 염치가 없는 태도이다. 알면서도 정치적 수사를 위해서 그러는 것이라면 심각한 악의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나이 ‘자신’ 분이 그러면 안될 일이다.

 

또 이래서도 이건 아니다.

 

상임선대위원장이라는 김병준 씨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향해 ‘국가주의와 대중영합주의가 결합할 때 나라도 민족도 파국 파산 파멸했다’고 했는데 국가주의란 말은 배운 사람이라면,그것도 교수 출신이라는 사람이라면, 거기에 맞는 인간이나 집단을 향해서 해야 할 말이다. 김병준 씨처럼 기회주의적 작태의 극치를 보이는 사람이 자유주의 철학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가소로운 일일 수 있다.

 

이건 아니다의 일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표창장 위조 의혹 때문에 어떤 사람은 무려 징역 4년을 살게 하면서 동시에 온갖 학력, 이력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실정법의 잣대를 적용하지 않거나 미루고 있는 것은 공정하지가 않다. 그 사람의 석사 학위를 부여했던 대학이 그 심사과정에 대한 조사를 미루는 것은 실로 눈에 다 보이는 일이다. 시간을 벌자는 것일텐데 그들은, 그 학교는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인가. 그러면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 대학사회가 그러면 안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제는 더 이상 진부할 대로 진부해져서 하고 싶은 말도 아닌데 그건 진실로, 진실로 선택적 정의에 불과한 얘기인 것이다.

 

이거 아니지 않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도 부지기수다.

 

손바닥에 왕(王) 자와 같은 특정 문양을 필요할 때마다 주문(呪文)용으로 새기고 다니며 무속인의 ‘고견’을 일상에서 함께 하는 사람에게 예수의 축복을 기원해 주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 아닌가. 그 건 정말 아니지 않은가.

 

생각해 보면 이것도 아닌 일이다.

 

전국 유세 현장에 사전 녹화한 후보의 AI 영상을 틀겠다는 것은 첨단과학의 이기를 오용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실시간 토론과 현장 유세를 통해 대중을 만날 때 그가 하는 언변의 진실성을 가릴 수가 있다. 국가운영의 능력이 자발성에서 나온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할 수가 있다. 아바타라니.이건 무슨 오염된 과학인가. 하지만 이런 것들을 다 넘어서서

 

정말로 이건 아닌 것인 일이 있다.

 

한 여성의 개인사, 가족사를 탈탈 털어서 대중에게 회자시키고 그녀의 아이들까지 사진을 공개하며 조리돌림하는 악마의 유투버들에게 막대한 후원금을 보내는 대중들은 인간들이 아니다. 관음증과 새디즘이 뒤섞인 광기의 파시스트일 뿐이다. 지금이 어느 때라고 주홍글씨인가.

 

이건 아니다. 이래서는 안된다.

 

사회가 이렇게 가서는 안된다. 미래가 이런 식이어서는 안된다.

 

2016년 트럼프주의자들이 '힐러리 투 제일(Hillary to jail)' '록 허어 업(Lock her up)'이라고 외쳤던 것처럼 윤석열 지지자들도 문재인을 감옥에 넣겠다는 일념이 강하다고 한다. 증오의 정치를 유포시키고 있다. 

 

이건 진실로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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