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2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신간] 한겨울을 포근하게 감싸는 마법 같은 상상, ‘눈아이’

 

◆ 눈아이 / 안녕달 지음, 그림 / 창비 / 96쪽 / 1만5000원

 

‘눈아이’는 한 아이가 눈 덮인 들판에 홀로 있던 눈덩이를 만나며 시작된다. 아직 눈사람이 되지 못한 모양으로 남아있던 눈덩이에게 아이는 팔과 다리, 눈, 입, 귀를 만들어 준다. 눈덩이는 아이의 관심 덕에 보고, 말하고, 들을 수 있게 된다. 아이가 건네는 다정한 인사로 눈덩이는 ‘눈아이’로 거듭난다.

 

안녕달 작가는 ‘수박 수영장’, ‘당근 유치원’ 등을 통해 수박, 소라 속, 외계행성, 유치원을 판타지 세계로 만들며 평단은 물론 아이와 어른 독자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만화 형식의 구성을 활용한 섬세한 인물 묘사와 과감한 구도의 풍경 묘사를 오가며 한겨울 두 아이가 쌓는 우정을 그려냈다.

 

처음 만난 두 아이는 친해지고 싶은 마음을 서슴없이 표현한다. 차가운 눈으로 만든 ‘눈빵’을 함께 만들어 먹고, 산토끼를 따라 산속에 놀러가기도 한다. 아이는 맨손으로 눈아이의 손을 잡고 걷다가 눈아이의 손이 녹자, 장갑을 하나씩 나눠 낀 채로 손을 잡는다.

 

작품은 서툴지만 애틋한 마음을 건네는 어린이의 우정을 보여 준다. 서로의 다름을 깨닫는 순간에도 서로가 가까워질 방법을 찾는다. 둘의 우정이 깊어지는 만큼 아이의 마음이 자라고, 시린 눈으로 만들어진 눈아이도 따뜻함을 알아 간다.

 

“우리 숨바꼭질 할까?”, “내가 숨을게”

 

눈 계절의 끝에 다다르며 점점 작아져가는 눈아이는 아이를 위해 숨바꼭질을 제안한다. 아이에게 이별의 슬픔을 주지 않고 다음 겨울을 기약하는 눈아이의 마음은 아이와 어른 모두를 뭉클하게 만든다. 눈덩이를 홀로 외롭게 두지 않으려는 포근한 마음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세상 모든 우정의 순간들을 소중하게 비춘다.

 

책장을 넘기면 함박눈 내린 겨울 풍경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작가는 나뭇가지에 쌓였다가 반짝이며 떨어지는 눈과 언 땅에서 새싹이 돋아나기까지의 한 계절을 색연필로 그려 따뜻함을 담았다. 티 없이 하얗고 아름답게 표현된 눈밭에서 눈빵을 만들고, 책가방 썰매를 타는 등 한겨울을 즐겁게 만끽하는 두 아이의 모습을 보는 내내 미소가 지어 진다.

 

작품에 등장하는 작은 소품과 동물들의 배치도 이야기에 흥미를 더한다. 아이와 눈아이가 나눠 끼는 빨간 털장갑은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데, 흰 눈과의 색대비로 더욱 눈에 띄어 두 아이를 이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산토끼, 산새, 사슴과 같이 순한 숲속 동물들은 두 아이의 시선뿐 아니라 독자의 주의를 환기해 동화 속 가이드 역할을 해낸다.

 

작가는 눈이 오면 눈사람을 만드는 게 당연했던 유년의 기억에 사랑스러운 상상력을 더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작품을 통해 보는 서정적인 겨울 풍경은 아이들에게 다가오는 새 계절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주고, 어른들에게는 추운 계절이 오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따뜻한 추억을 선물할 것이다.

 

[ 경기신문 = 정경아 수습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