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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이 꼭꼭 숨겨 아껴둔 측백나무숲

청풍호와 옥순봉을 품은 제천시 수산면은 지난 2012년 충북에서 최초, 우리나라에서 11번째로 국제 슬로시티 인증을 받은 ‘느림’의 고장이다.

 

제천의 동쪽 끝에 자리한 작은 마을 수산을 이야기할 때 ‘천혜(天惠)’라는 단어를 즐겨 쓰는 건 청풍호와 옥순봉 이외에도 금수산(1015.8m), 가은산(562m), 두무산(477.5m) 같은 멋진 산을 여럿 품은 고장이기 때문이다. 그 중 두무산 중턱에서 자생하는 측백나무들은 수산, 아니 제천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 중 명물이다.

 

 

측백나무 향 그윽한 그곳에서 느리게 걷기

 

두무산 측백나무 숲은 우리나라에 있는 자생 측백나무 숲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6만 ㎡에 이르는 이 숲에 수령 60~130년 된 측백나무 4천 여 그루가 빽빽이 자란다. 우리나라 최초의 천연기념물인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보다 2배 정도 큰 규모다.

 

방충효과가 뛰어난 측백나무는 예로부터 집이나 묘지 주변에 많이 심었으며, 소나무와 함께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는 나무로 여겨 귀한 대접을 받았다.

 

측백나무 숲을 가장 멋지게 만나는 방법은 단연 걷기다. 옥순봉 생태공원에서 측백나무 숲 전망대까지 1.9km 남짓 이어진 숲길은 굽이굽이 완만하게 이어져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숲길에 발을 들였다면 걸음은 최대한 늦춰야 한다. 아니 서두를 이유가 없다. 땀 흘려가며 정상까지 오를 필요도 없다. 이곳에선 자신이 걷고 싶은 만큼, 딱 그만큼만 걷고 돌아서면 된다.

 

 

숲길 중간 중간 나무의자와 명상쉼터 같은 휴식공간을 꼼꼼히 마련해 둔 것 역시 쉬엄쉬엄 걸으며 측백나무의 기운을 찬찬히 느껴보라는 배려다. 걷기에 욕심이 난다면 측백나무 숲 전망대에서 등산로를 따라 두무산 정상까지 가 보는 것도 좋다.

 

길은 조금 가파르지만 두무산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풍경은 들인 발품을 몇 곱절로 되돌려 받은 기분이 들 정도로 장관이다. 두무산 전망대는 제천이 자랑하는 자드락길 6코스 ‘괴곡성벽길’이 지나는 구간이기도 하다.

 

측백나무 숲길을 원 없이 걸었다면, 이제는 측백나무체험에 나설 차례다. 측백나무 숲길이 시작되는 옥순봉 생태공원에는 측백나무를 테마로 꾸민 체험공간, ‘측백숲으로(www.측백숲.com)’가 있다.

 

 

이곳의 대표 체험은 측백나무 오일을 이용한 천연비누 만들기다. 비누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한데, 일단 깍둑 썬 비누 베이스를 스테인리스 비커에서 충분히 끓인 뒤 트레할로스와 네츄럴베타인이 함유된 보습제를 넣고 60℃ 정도까지 식혀주면 절반은 온 셈이다.

 

비누 베이스가 식는 동안 측백, 쪽, 치자, 파프리카, 청대, 소목 등 미리 준비해 둔 각기 다른 색의 천연가루와 식물성 에탄올을 혼합해 색소를 만든다. 비누 색을 결정할 천연색소는 하나 혹은 두세 가지의 가루를 취향 것 섞어 만들면 된다.

 

적당하게 식은 비누 베이스를 천연색소와 섞어 이를 비누 틀에 부어주면 천연비누 만들기가 마무리된다. 비누 베이스를 틀에 담을 때 식물성 에탄올을 조금씩 뿌려주면 완성된 비누에 거품 자국이 남지 않는다.

 

 

비누가 단단히 굳어가는 동안 측백나무 오일 족욕으로 여행의 피로를 푸는 것도 좋다. ‘측백숲으로’ 체험장에는 족욕을 위한 별도의 시설이 마련돼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편안히 족욕을 즐길 수 있다.

 

족욕을 하며 맛보는 구수한 측백나무 잎차도 매력적이다. 측백나무 오일 족욕은 20~30분 정도가 적당하다. 천연비누 만들기와 측백나무 오일 족욕 체험비용은 체험 당 1인 6천원이며 천연비누 만들기는 최소 2인부터 신청이 가능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옥순봉 생태공원 국궁장에서 진행되는 전통 활쏘기체험은 ‘측백숲으로’의 다크호스 같은 체험이다. 시위에 건 살을 당겨 20m 전방의 과녁을 맞추는, 어찌 보면 단순한 체험 같지만, 직접 활을 쏴 보면 그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측백술으로’에서는 초보자들이 쉽게 활쏘기를 즐길 수 있도록 전문 궁사들이 사용하는 깍지(시위를 걸 수 있도록 엄지손가락에 착용하는 장비)를 제공하고 활줌통에 화살을 받칠 수 있도록 걸쇠도 설치했다. 덕분에 초보자들도 사대에 표시해둔 발의 위치 그리고 활줌통 쥔 팔목의 각도만 잘 조정하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20m 앞 과녁에 화살을 꽂을 수 있다.

 

체험에는 우리네 전통 활인 각궁 대신 개량 활을 사용하지만 시위를 떠난 살이 표적에 명중할 때의 짜릿함은 전문 궁사가 각궁으로 145m 앞 표적을 맞출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각궁은 쇠뿔과 대나무, 민어부레 등으로 만든다거나, 어떤 일의 맨 처음을 의미하는 ‘효시’가 전쟁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쏘아 올린 화살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등 체험에 앞서 전해듣는 각궁과 전통 활에 얽힌 이야기들도 흥미진진하다. 전통 활쏘기체험비용은 10발에 3천원, 20발에 5천원이다.

 

[ 경기신문 = 심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