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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한 걸음…걷는 그 자체가 평화인 '길'

경기도 평화누리길…DMZ 접경지역 4개 시·군 연결
한국 최북단 도보여행 길…총 12개 코스, 길이 189㎞
한반도 식물 25%가 서식하는 자연생태계의 보고
역사·안보 등 모든 코스가 박물관…분단 아픔 상기

 

‘전쟁, 분쟁 또는 일체 갈등 없이 평온함. 또는 그런 상태.’ 국어사전에 정의된 ‘평화’이다. 냉전의 상징이었던 곳에서 평화의 땅으로 거듭난 DMZ(demilitarized zone, 비무장지대). 총과 칼이 없는 이 평화의 공간에 여유로운 걷기만한 것이 또 있을까.

 

경기도 DMZ 평화누리길은 2010년 5월 8일 개장됐다. DMZ 접경지역인 김포, 고양, 파주, 연천 등 4개 시·군을 잇는 대한민국 최북단 도보여행 길이다. 총 12개 코스, 189㎞의 길이로 구성됐다. 김포 3코스, 고양 2코스, 파주 4코스, 연천 3코스이다.

 

◇ 다양한 생태계가 존재하는 동·식물의 천국

 

 

2020년 경기도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평화누리길 구간에는 식물 1120종과 조류 150여 종, 포유류 10종 등 1280여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다.

 

특히 한반도에서 자라는 식물 4000여 종 가운데 25%정도가 평화누리길에 서식하며, 저어새와 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 20종이 관찰됐다. 4개 시·군 중 연천구간(장남교~군남홍수조절지~역고드름, 62km)이 종이 다양하고 생태계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33종의 희귀식물과 분홍장구채, 층층둥굴레와 같은 멸종위기종이 발견됐다. 멸종위기 2급인 삵 족제비, 고라니, 오소리 등이 출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천구간은 임진강변을 따라 걷는 10~12코스이다. ‘11코스 임진적벽길’에서 화산지형이 만들어낸 주상절리를 감상하고 야생화와 돌단풍, 갈대길까지 다양한 경치을 즐길 수 있다.

 

평화누리길 중 가장 긴 코스인 ‘12코스 통일이음길’은 시작점부터 두루미테마파크를 통해 잘 보전된 연천의 자연을 공부할 수 있다. 숲속 오솔길이 5km 이상 펼쳐져 한적하고 고요한 느낌을 더해주고, 차탄천변 제방길과 율무밭 등 지역의 특색 있는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 오랜 역사를 담은 교육의 장

 

 

‘2코스 조강철책길’은 문수산성 남문에서 애기봉 입구까지 8km이다. 북한과 가장 인접한 코스로 민간인 통제구역이 많은 구간으로, 문수산성 성곽길에 오르면 북한지역을 관찰할 수 있다. 문수산성은 병인양요 때 프랑스와 치열한 전투를 펼쳤던 곳이다. 서울과 서해, 인천 강화도, 파주, 김포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한양으로 향하는 수로를 차단하는 방어 기지 역할을 했다. 1990년대부터 순차적으로 복원작업을 진행했는데, 문수산 아래 있던 산성부분은 남·북 분단으로 철조망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8코스 반구정길’은 반구정에서 화석정을 거쳐 율곡습지공원으로 이어진다. 반구정은 황희 정승이 관직에 물러나 여생을 보내던 곳으로, 경기도지정문화재다. 한국전쟁 때 불에 탔지만 이후 복원됐다. 반구정을 비롯해 황희 정승 묘, 기념관, 제를 지내는 사당인 방촌 영당이 함께 있다.

 

임진강역을 지나 장산전망대에 오르면 기정동 마을, 개성공단 등을 볼 수 있다. 1시간 남짓 가면 율곡이이가 시를 읊던 화석정을 만날 수 있다. 화석정은 경기도지정문화재로, 임진왜란 당시 불에 타 소실됐다가 1970년대에 복원됐다. 10만 양병설을 주장한 이이의 상소를 받아들이지 않은 선조가 임진왜란 때 의주로 피난 가던 중 한밤중에 강을 건너며 이 정자를 태워 불을 밝혔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 한 걸음 한 걸음 통일의 염원을 담아

 

 

애기봉 입구부터 전류리 포구까지의 ‘3코스 한강철책길’은 서울과 김포의 발전상, 안보 현실을 느낄 수 있다. 애기봉 정상 전망대에서는 북한의 선전마을과 송악산 등을 볼 수 있어 실향민들이 많이 찾는다. 걷다보면 시야를 가린 철책의 답답함에 분단의 아픔을 생각하고, 탁 트인 풍경을 꿈꾸며 자연스럽게 통일을 떠올려 보게 된다.

 

율곡습지공원에서 출발해 장남교까지 이어지는 ‘9코스 율곡로’의 끝에 다다르면 만날 수 있는 두지나루 황포돛배. 누런 천을 댄 돛배는 한강 마포나루와 연천 고랑포나루까지 임진강을 바쁘게 오갔었다. 새우젓과 소금 등을 나르던 배는 이제 관광객들을 위한 운송 수단이 됐다. 임진강 너머 가깝게 보이는 북한을 갈 수 없다는 사실은 실향민들의 아픔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하며, 분단의 현실을 상기시킨다.

 

 

※ DMZ 주요 관광 명소

 

1. 임진각 관광지
1972년 남북공동성명 발표 직후 개발, 조성됐다. 한국전쟁과 그 이후 민족 대립에 따른 각종 유물과 전적기념물이 조성돼 있다.

 

2. 평화누리
2만 명의 관람객 수용이 가능하고 대형 잔디언덕에서 다양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카페 ‘안녕’에서는 각국의 다양한 차를 마실 수 있다.

 

3. 제3땅굴
1978년 발견된 남침용 땅굴로, 남북 대립의 생생한 현장이기도 하다. 폭 2m, 높이 2m, 총길이 1635㎞다. 

 

4. 도라산역
경의선 남측 최북단역. 민통선 남방한계선 30m 지점에 위치하며 도라산과 남방한계선 철책을 직접 볼 수 있다.

 

5. 판문점
1953년 7월27일 휴전 협정에 따라 남북대화의 장소로 이용됐다. 군사정전회담이 열린 세계적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견학을 하려면 국가정보원 홈페이지를 통해 해야 한다.

 

6. 통일동산(오두산 통일전망대)
통일염원을 담은 안보교육장으로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맑은 날은 개성 송악산까지 바라볼 수 있다. 프로방스, 헤이리예술마을 등과 가까워 연계관광도 용이.

 

7. 애기봉
북녘땅을 가장 가가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명절, 연말연시 실향민들이 찾아와 망향의 한을 달래기도 하는 곳.

 

8. 고대산
경원선 신탄리역 우측에 있는 산(해발 822m)으로 정상에 오르면 철원평야와 백마고지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9. 숭의전지
임진강변 아미산자락에 조성된 사당으로 고려 태조 왕건을 비롯해 고려 4왕과 왕건의 충신 16명을 배향토록 한 곳.

 

10. 열쇠전망대
1998년 4월 11일 건립했다. 북녘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역으로 북한 생활용품과 군사장비 등이 전시돼 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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