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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공정하지 못한 사과

  • 최영
  • 등록 2021.12.29 06:00:00
  • 13면

 

군대를 제대한 아들이 집 근처 편의점 알바를 뛰었다. 늦게 퇴근한 아들이랑 쐬주 한 잔하며 얘기를 나누다보니 시급이 최저임금에도 못미친다. 왜그러냐고 물었더니 “에이, 아빠.. 편의점에 최저임금 다 주는 자리 없어요”한다. 가슴 한켠이 짠했다. 법적 최저기준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녀석에게 애비는 해줄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월 150만 원이라도 받고 일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면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대통령 후보가 떠올랐다.  ‘윤석열표 공정’은 집 앞 골목부터 진작에 실현되고 있었다. 그는 못배우고 가난한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르고 필요하지도 않다고 했다. 그의 말이 옳았다. 아들은 부당한 조건에 맞서 일하지 않을 자유를 행사하지 못했다. 아들에게 궁핍할 자유는 필요치 않았다. 

 

이런 아들이 요즘 말로 빡쳤다.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 기자회견을 보다가 “남편 한데 사과할거면 집에서나 하라고~!!”하면서 버럭했다. 안그래도 편의점 알바보다 더 벌 수 있는걸 알아보다 공장에라도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차, 윤석열 후보가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에서나 하는 것”이라 했다는 말을 듣고 빈정이 상했던 터였다. “허위학력이나 경력위조가 한두 개가 아니더만... 이건 완전 사기범 수준인데 왜 검찰은 그 잘하던 압수수색도 하지 않는거야?” 아들은 조국 전장관의 딸이 부모찬스를 쓴 것 같다는 의혹만으로 그렇게 감정이 상했던 20대 청년이었다. “아빠, 10년 전 표창장이 4년이면 저런건 도대체 몇 년을 징역 살아야 하는 거야? 더군다나 장모는 40년도 짧지 않나?” 아무런 대꾸조차 할 수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한건 아들이나 나나 이해할 수 있었다. 고딩 때 창원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올라가서 촛불을 같이 들었던 아들이지만 전직 대통령이 감방에서 위독해지기라도 하면 나라망신이라고 여겼다. 어차피 국정농단이야 당사자의 무지와 주변인들의 호가호위가 빗어낸 참사였으니.. 이는 정권교체로 상당부분 극복된 문제이니만큼 국민들의 감정적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는 정무적으로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 본인과 부인, 장모를 둘러싼 의혹들은 수사를 통해 밝히고 엄격한 법집행을 통해서 바로 잡아야 할 문제이다. 그것이 공정한 것이지 기자회견장에서 웃음 띤 얼굴로 남편을 향해 신파성 사랑가를 부른다고 해서 무마될 성질이 아니다. 하여, 나는 이번 기자회견을 “사과는 개나 줘버려”했던 지난번 개사과에 이어 “옜다 사과~ 됐냐?”하는 식의 개사과 시즌2로 느꼈다. 내용 없는 사과는 공정하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가 점점 진흙탕 싸움이 되어가고 있다. 오물을 뒤집어쓴 후보의 면면을 제대로 분간하려면 오물을 걷어내는 공개된 토론과 검증이 필수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는 “토론은 싸움밖에 안 되기 때문에 의미없다”고 토론 자체를 거부할 태세다. 대통령 후보가 공개적으로 토론을 거부하다니 이게 실화인가? 윤석열 후보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장관이 검찰총장 징계건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자 주말에 기자회견을 한다며 기자단이 엄중 항의하는 소동이 있었다. 이번 김건희 씨의 기자회견도 일요일 오후였다. 참석한 기자 아무도 주말 회견을 문제 삼지 않았고 질의응답도 없었다. 윤석열 후보의 용기는 이런 기자들과 언론의 태도를 믿기 때문이다. 공정하지 못한 사과는 공정하지 않은 언론이 만든 것이다. 공정하지 못한 검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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