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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 정치와 종교, 과학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선거 캠프에 무속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서 논란이다. 그가 소속되었던 조직을 해산시켰다고 하지만 마음으로부터 지워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음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정치와 종교는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어야지 정치가 종교에 의존하거나 종교가 정치를 지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정치와 종교는 인류 역사의 시초부터 밀접한 관계였다. 자연현상의 변화에 대해 무지했던 사람들에게 제사장의 설명은 절대적이었다. 제사장의 설명이라고 해야 천체를 관찰해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게 고작이었지만, 보통사람들에게는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었다.

 

서양은 유독 인격을 부여한 신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고대 이래로 중세까지 정치와 종교는 한 몸이었다. 유럽의 문화는 중세시대에 건축한 무수히 많은 성(城)과 교회가 대부분이다. 교회를 장식하는 조각과 회화는 모두 민중을 그리스도교 신앙으로 세뇌하는 텍스트였다.

 

현대사회 이후로 정경분리를 내세우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기독교의 지배는 사실상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자 에피큐러스는 사후세계를 강조해 불안 심리를 조장하는 신앙 행위에 대해 행복을 추구하는 데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삼았다. 로마제국의 기독교가 달가워할 리 없었다.

 

동양은 서양과 달리 신을 섬기지 않는다. 19세기에 유럽에서 들여온 religion이란 말을 종교라고 번역해 사용하고 있지만 잘못된 번역이다. 종교는 원래 불교에서 사용하던 말로서 석가모니 부처(宗)의 가르침(敎)을 의미한다. 불교는 신을 섬기지 않고 스스로 깨우쳐 부처가 되는 것이다. 신을 설정해 섬기는 religion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불교는 기본적으로 진리(法)를 추구하는 철학이다.

 

유교도 신을 섬기지 않는다. 공자는 인륜의 차원에서 조상을 섬기되 귀신을 가까이하지 말라고 했으며, 사후세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유학은 주희에 이르러 우주론 철학을 받아들여 성리학으로 발전했지만, 기본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를테면 조선시대 서원에서 현자를 배향하는 것도 존경의 차원이지 신으로서 섬기는 것은 아니었다.

 

정치 지도자가 가까이할 것은 과학이지 종교는 아니다. 종교는 무속신앙과는 다르다고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심신을 수련하거나 중도(中道)의 경지에 올라 부처가 되려 하고, 십자가의 고통을 감내하려고 할 의지의 발로가 아닌 바에야 천박한 기복신앙이라는 점에서 다를 게 없다. 전두환은 걸핏하면 목사들을 청와대로 불러 조찬기도회란 걸 했다. 신앙은 개인의 차원에 머물러야지 어떤 형식으로든지 국가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

 

윤석열 후보에게서는 과학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재명 후보는 과학기술 정책을 장황하게 발표하기는 했지만, 기술 중심으로 기초과학에 대한 배려는 매우 부족하다. 공학과 기술은 자연과학이 튼튼해야 금자탑을 쌓아 올릴 수 있는 법이다. 대통령 후보들부터 교양과학 서적 한 권쯤 읽어보는 게 어떨까? 김건희 누나가 좋아한다는 인생론도 진짜는 과학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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