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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의 프랑스예술기행] ⑩ 푸르스트와 일리에-콩브레

 

콩브레(Combray) 역에 도착한 꼬마 푸르스트. 마중 나온 고모 부부를 따라 꽃향기 그윽한 산사나무와 오래된 장미나무가 찬란한 예쁜 정원의 오베핀(Aubépines)호텔로 갔다. 목가적인 전원 속에서 꼬마 푸르스트는 하룻밤을 자고 조개 모양의 마들렌느 빵을 먹었다.

 

거장 마르셀 푸르스트의 유년의 추억이다. 그의 소설에 등장한 콩브레 마을. 파리 남서쪽 90킬로 지점에 있는 외르-에-르아르(Eure-et-Loir) 지방의 일리에(Illiers) 시가 모태다. 이곳은 푸르스트의 보물 창고이자 뮤즈였다.

 

푸르스트의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시간의 소실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다. 어떻게 하면 시간 낭비를 중지하고 음미할 수 있는 삶을 시작할 것인가. 이 해답을 찾고자 그는 시간 여행을 떠났다. 그가 찾은 곳은 일리에. 그리곤 1913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1권을 발행했다.

 

그의 처녀작이었다. 푸르스트는 이 책으로 프랑스의 셰익스피어란 찬사를 받았고, 스탕달에 버금가는 스타로 등극했다. 한 오스트리아 공작부인은 푸르스트에게 결혼을 신청할 정도였다. 하지만 푸르스트는 독신으로 지냈고 스스로를 벼룩으로 자신의 저술을 소화 불가능한 누가(nougat) 캔디 조각으로 지칭했다.

 

 

엉뚱하고 천재적인 푸르스트. 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후속작으로 『스완네집쪽으로』를 기획했다. 푸르스트는 이 책을 쓰기 위해 그가 꼬마시절 바캉스를 보내곤 했던 엘리자베드 푸르스트-아미오(Elisabeth Proust-Amiot) 고모가 사는 일리에를 기억해 냈다. 푸르스트는 『스완네집쪽으로』에서 엘리자베드 고모네 집을 레오니 고모네 집으로, 일리에를 콩브레로 명명했다. 고모부를 따라 프레 까틀랑(Pré Catelan) 공원에 가 녹음 속 영국식 정원과 개울물이 흐르는 보스(Beauce)평원을 보고 감탄했던 추억은 스완공원이 됐다.

 

이처럼 일리에가 없었다면 작가 푸르스트는 존재할 수 없었다. 일리에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1971년 푸르스트 탄생 100주년에 지명 이름을 바꿨다. 일리에-콩브레(Illiers-Combray)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 지명인 일리에와 소설 속 지명인 콩브레를 합친 것이다. 이렇게 소설 속 이름을 따 새롭게 작명하는 것은 프랑스 역사상 보기 드문 일이다.

 

 

일리에-콩브레는 평원과 언덕 사이에 위치하고 르아르강을 비롯한 수많은 강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빼어난 자연 경치에 선사시대의 유적, 성들이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이 전원풍경을 즐겼던 푸르스트. 특히 그가 바캉스를 보내곤 했던 레오니 고모네 집은 이제 푸르스트 뮤지엄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을 방문하면 푸르스트의 독특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뮤지엄을 빠져나오면 곧바로 푸르스트가 유달리 좋아한 마을 성당을 만난다. 푸르스트의 순례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리에-콩브레를 지나 남쪽으로 내려가면 클로이에-레-투르아-리비에르(Cloyes-les-Trois-Rivières) 강을 보게 된다. 그리고 르아르의 근원인 생 에망(Saint-Éman). 여기는 푸르스트가 한가로이 거닐던 목가적인 곳이다. 올해는 마르셀 푸르스트 서거 100주년. 잃어버린 시간이 그리운 사람은 잠깐 일상을 멈추고 일리에-콩브레로 떠나보라. 푸르스트 순례길에서 어쩌면 그 시간을 되찾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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