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포함한 중층적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수도권과 경기 북부 지역 국민들의 안전을 확실히 지키겠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사드에 버금가는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을 조기 개발하고 정찰·초소형 위성 등을 확보해 24시간 감시 대응 체계를 확고히 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북한이 올 초부터 최근까지 7차례 탄도미사일 등을 시험 발사하며 긴장 수위를 높여가자 여야 대선 후보들은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대응의 일환으로 다양한 무기체계를 활용한 안보 관련 공약들을 쏟아냈다.
반면 외교·안보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기술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한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되는 안보 문제는 후보들의 발언이 파급력도 높은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尹 “사드 추가 배치” vs 李 “L-SAM 조기 개발”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시험 발사한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사드 추가 배치’라는 여섯 글자를 SNS에 게재해 논란이 불거졌다.
윤 후보 측은 현재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포대는 사거리가 200km라 요격 범위가 수도권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수도권 주민들을 지키기 위해선 사드 추가 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북한 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응 조치로서 강력한 억제력·대응력을 확보하겠다”며 “고위력 탄도미사일, 항공 기반 정밀 타격 능력 등 대량 응징 보복 능력을 갖춤으로써 핵무기 사용 자체를 생각하지 못하도록 억제해 나가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이 후보는 “한미동맹의 확장 억제 전략도 발전시켜 미국의 핵우산 공약(약화)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 이와 함께 우리 군의 첨단 대량 보복 역량을 결합한다면 북한의 위협은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며 L-SAM 조기 개발, 정찰·초소형 위성 확보 등을 공약했다.
두 후보 간 안보 논쟁은 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가 합동으로 주최한 TV 대선 토론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먼저 발언권을 얻은 이 후보는 윤 후보를 향해 “사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데 수도권에 설치하면 고고도 미사일은 해당이 안 된다”며 “왜 그걸 다시 설치해 중국의 반발을 불러와 경제를 망치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윤 후보는 “북한에서 수도권을 겨냥할 때 고각 발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연히 수도권에 필요하다”며 “요격 장소는 꼭 수도권이 아니어도 강원도든 충청도든 아니면 경상도지만 조금 더 당겨오든 위치는 군사적으로 정해야 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 “후보들 안보 공약, 실현 가능성 떨어져”
대선 후보들이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위해 경쟁하듯 안보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들이 내놓은 공약이 실질적인 대응책이 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윤 후보가) 사드 추가 도입을 단정 짓기보다는 중고도급 이상의 무기체계를 빨리 도입하겠다고 했으면 더 정확했을 것”이라며 “(이 후보의) L-SAM 조기 개발은 어불성설이다. 무기 개발은 최소 7~8년 정도 걸리는데 기간을 줄이면 부실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사드 배치나 L-SAM 조기 개발 등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 카드로 보면 안 된다”며 “미사일을 막아야하기 때문에 단발적으로 무작정 배치한다는 개념보다 좀 더 포괄적인 차원에서 무기 체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진무 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한반도 전략 상황에서 다른 무기와 비교했을 때 후보들이 대안으로 낸 사드나 L-SAM 등이 반드시 필요할지에 대해선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다른 대체 무기가 있는지도 살펴봐야한다”며 “민감한 안보 문제에 대해 후보들이 신중하게 발언할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수준이 높아지면서 변화한 북한의 위협을 제대로 분석하고, 국내 기술 수준에 맞는 무기 체계를 개발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홍 연구실장은 “북한이 2019년 이후부터 개발한 신종 무기들은 다중화·고도화돼 있어 전략적·전술적 위험성을 갖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국내에서 개발 중인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해외 수출하는 한국형 패트리엇인 천궁-Ⅱ 등 기존 기술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부연구위원은 “그동안 북한 탄도미사일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졌는데 최근 새로 개발되는 미사일들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떨어지기 직전에 다시 한 번 비행을 하다가 공격하는 형식 등으로 독특하게 변형됐다”며 “기존 포물선 비행 요격을 위해 무기 개발을 해온 상황에서 우리도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무기 체계를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