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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구재규 세계봉사단장-따뜻한 마음의 손을 잡자

 부평구경영자협의회 회원들과 함께 유명한 경주 최부잣집을 다녀온 적이 있다. 동행한 분의 설명에 따르면 최부잣집의 덕과 인심이 워낙 유명해 동학, 일제시대, 6·25전쟁 등의 사회적 혼란기에도 폭도들이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고 오히려 보호해 주었다고 한다.

 

때문인지 지금도 400년 전통의 철학을 배우고자 국내는 물론 국왕, 정부 인사, 관광객 등 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은 250년을 유지했다 한다. 이에 견줘 무려 400여 년 동안 경주에서 명성을 이어온 최부잣집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알 수 있다.

 

최부잣집은 병자호란 때 명장이며 공조참판과 오위도총부 부총관을 지냈던 최진립(崔震立) 장군의 부친 최신보(崔臣輔)로부터 최준(崔浚)에 이르기까지 13대 400여 년 간 만석꾼의 부(富)를 이어왔다. 국내 많은 유명 인사들이 반드시 한 번은 가봐야 할 곳으로 꼽는 1순위다.

 

우리 속담에 ‘작은 부자는 노력하면 되나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라는 말이 있다. ‘부불삼대(富不三代, 부자가 3대를 넘기기 힘들다)’의 통설 속에 경주 최부잣집이 400년이나 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6가지 실천 가훈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를 보되 진사(進士) 이상을 하지 말라. 재산을 만석 이상 모으지 말라. 사방 백리(百里)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흉년에는 남의 논을 사지 말라. 시집 올때 은비녀 이상의 패물을 가져 오지 말고 시집온 후 3년 동안은 무명옷을 입어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후손들이 어김없이 지켜온 이 육훈(六訓),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결정판이나 다름없다.

 

정쟁과 철저히 거리를 두고 근검절약하면서 불쌍한 이웃들을 돌보는 애민의 정신이 바탕에 굳건히 깔려 있었다. ‘적선지가필유여경(積善之家必有餘慶)’, 착한 일을 계속해서 하면 복이 자신뿐만 아니라 자손에까지도 미친다는 말은 최부잣집의 사례에서도 여실히 볼 수 있다.

 

1960년대 가수 최희준은 그의 노래를 통해 인생을 ‘하숙생’에 비유했다. 우리는 또 살면서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얼마전 타계한 이건희 삼성회장 집무실에도 이 문구가 붙어 있었다.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쓴 글로, 그는 이 글귀를 좋아해 생전에 서예작품으로 남겼다.

 

코로나19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은 오히려 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20년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평균 사회공헌 지출액은 2019년 대비 0.5% 증가했다.

 

기업 한 곳당 136억 7685만 원을 사회공헌을 위해 썼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코로나19 확산 등의 리스크에도 사회공헌 지출만큼은 줄일 수 없다는 게 기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트렌드 확산에 따라 S부문에 해당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더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국민의 풀뿌리 기부문화는 세계적으로 자랑할만하다. 예를 들어 유니세프만 해도 45만여 명이 월 3만 원 정도를 기부하고 있다. 연령도 오히려 40대가 가장 많아 비교적 젊은 층의 기부문화를 엿볼 수 있다.

 

한국의 개인 기부는 미국과 독일, 일본,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다. 개미들의 풀뿌리 기부문화에 힘입어 한국은 190여 개 유니세프 회원국 중 유일하게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바뀌었다.

 

국제라이온스, 로터리클럽, 와이즈맨, 키와니스클럽 등 국제봉사단체들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선행의 아이콘이다. 특히 요즘처럼 어려운 때 이들의 기부봉사는 ‘훈훈함’ 그 자체다.

 

글쓴이도 오래전 작은 봉사단체를 꾸려 이웃에 나눔과 희망의 빛을 전하려 노력하고 있다. 적은 힘도 모이면 큰 일을 할 수 있다. 코로나로 힘든 지금이 바로 서로의 따뜻한 마음의 손을 잡을 때가 아닌가 한다./ 구재규·세계봉사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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