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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의 프랑스예술기행] ⑫ 폴 세잔과 가르단느

 

투박한 남프랑스 사투리에 겁 많고 소심했던 폴 세잔(Paul Cézanne). 놀랍게도 큐비즘(입체파)의 거장이자 현대미술의 아버지가 됐다. 이런 세잔의 그림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은 예쁜 사과였다. 왜 그랬을까. 세잔에게 사과는 우정과 아량, 인간애의 징표였다. '사과바구니'와 '7개 사과의 정물'에도 이런 의미가 담겨져 있다. 세잔의 사과가 이처럼 의미심장한 이유가 있다.

 

19세기 중반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의 부르봉(Bourbon) 중학교. “파리에서 한 학생이 전학을 왔다. 그 학생은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이를 본 한 학생이 그 전학생을 도와줬다. 그 전학생은 어느 날 사과바구니를 들고 찾아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바구니를 선물 받은 학생은 그 후로 계속 사과가 있는 정물만 그렸다.” 사과를 준 학생은 훗날 프랑스 대문호가 된 에밀 졸라(Emile Zola)이고 사과를 받은 학생은 세잔이다. 이 둘이 주고받은 학창시절의 우정. 이 추억이 세잔 그림의 주요 모티브였다.

 

세잔하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생트-빅트아르(Sainte-Victoire) 산이다. 이 산은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대장주다. 하늘까지 솟아올라 훤칠하고 수려하다. 세잔은 이 산을 가장 아끼는 소재로 삼아 15년간 줄곧 그렸다.

 

세잔은 뼛속까지 프로방스를 사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61년 성공을 위해 파리 루브르로 상경했다. 하지만 프로방스의 피를 거역할 수 없었기에 결국 고향으로 귀환했다. 거기서 석회석의 하얀 생트-빅트아르 산을 열정을 다해 그렸다.

 

엑상프로방스는 세잔이 가장 사랑한 도시다. 하지만 유독 애지중지한 곳이 있다. 가르단느(Gardanne)다. 엑상프로방스에서 12킬로 남쪽 지점에 있는 이곳. 지중해가 넘실거리고 금모레 햇빛과 황토색의 붉은 흙이 진풍경이다. 처참하게 실패한 세잔은 이곳 꾸르 포르뱅 27번지에 세 들어 살면서 오뚝이처럼 재기를 꿈꿨다. 이때의 흔적들은 프레르언덕(Colline Des Frères)에 고스란히 남아 세잔 뮤지엄과 세잔 광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가르단느는 이밖에도 세간의 총애를 받는 곳이 많다. 자연경치에 수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도자기 가마, 성벽, 거기에 녹지 유산까지. 그리고 생-피에르(Saint-Pierre) 성당의 종루와 아름다운 성 발렌타인 성당, 중세의 풍차들이 있다.

 

이러한 가르단느의 갖가지 유적들은 외국인과 프랑스인들의 큰 흥미를 끌어 관광객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바이러스가 잠잠해지면 프로방스로 떠나려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지중해의 찬란한 햇빛과 라벤다 꽃, 마르세이유의 이국적 풍경과 사람냄새, 풍성한 바다음식. 프로방스로 가려는 이유는 만 가지가 넘는다. 이러한 이유에 세잔과 생트-빅트아르 산을 추가해 꼭 가르단느를 한 번 가보시라. 분명 색다른 프로방스 여행의 맛을 톡톡히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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