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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준의 경기여지승람(京畿輿地勝覽)] 45. 금생여수(金生麗水)의 마을 성남 여수동(麗水洞)


성남시 중원구 여수동은 조선 초 1392년에 돌마면(乭馬面) 갓골(加次谷, 加遮谷) 율리(栗里)로 불리다가 1914년에 돌마면 여수리로 변경되었다. 이 마을은 물 맑은 여수천 동경(東鏡)내 양편에 방수림이 있었는데 맑고 고운 물과 어우러져 이를 여수울(麗水鬱)이라고 부른 데서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쉽게 발음하여 여술, 예술로도 불려왔다.
 
순천김씨 족보에는 조선 중기에 김윤탁이 이 고장에 처음 와서 살게 되었을 때 물이 맑고 아름다워서 천자문의 금생여수(金生麗水)에서 여수(麗水)라는 지명을 만들었다고 한다. 여수동에는 현암산(玄岩山) 또는 흑암산(黑岩山) 아래로 안말을 비롯하여 회천말, 벌말, 속말, 소만말과 대홍수로 없어진 덕지말이 있었으며, 이로 인하여 새로 생긴 새터말 등 일곱 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현암산에는 쌀바위가 있다. 옛날에 어느 노부부가 이 바위에서 쌀이 나와 먹을 걱정이 없었는데, 욕심을 내어 쌀이 더 나오라고 구멍을 크게 파자 피만 흘러 나와서 지금도 핏자국이 있다고 한다. 이 전설을 교훈으로 삼아 마을 사람들은 자기 분수를 지키며 대동단결하며 살아왔다.

 


여수동에서 대대로 살아온 성씨로는 전주이씨와 순천김씨, 밀양박씨, 남양홍씨, 광주이씨가 있다. 뒷골에는 전주 황강서원(黃岡書院)에 배향된 조선 개국공신 양후공(良厚公) 이백유(李伯由) 묘와 고려 충신으로 양주 정절사(旌節祠)와 의정부 송산사(松山祠)에 배향된 송산 조견(松山 趙狷)의 평양 조씨 묘역이 있는데 양가 후손들이 장모인 경주이씨의 묘소를 외손봉사로 600년을 수호하여 여수동은 수백년 동안 효와 충절의 표상으로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온 마을이다.

 

 
1919년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났을 때 이 마을 출신의 이시종(1900. 6. 11~?)은 송파에서 만세 시위에 참여한 후 대왕면의 만세시위를 주도하였다. 이시종은 ‘조선독립신문’에 기재된 독립에 관한 12개 항목의 기사를 지니고 이재순 등 100여 명을 규합하여 만세 시위운동을 시작해 면사무소에 모였다. 이시종은 군중에게 "오늘까지는 이 면사무소에서 일본을 위하는 일을 보고 있었지만, 이제 조선이 독립하게 되어 부역과 세금 등은 필요 없게 될 것이다."라고 소견을 발표하였다. 일본의 착취에 대한 분명한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듬해 1920년에는 홍수가 나서 여수동 일대의 논밭이 많이 침수되어 농사가 황폐화 되었는데, 여수거사 이병철(李秉哲)이 "백성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는 신념으로 탄천보와 중촌보를 수축하고 마을 주민들이 농사를 지어 풍년을 이루게 함으로써 크게 칭송을 받았다. 그 당시 보(洑)는 일제의 수탈 대상이 되었음에도 주민들을 위해 큰 업적을 남긴 것이다.

 

 

 


2009년 11월 여수동 200번지에 성남시청 새 청사가 생기고, 150번지 일대에 신도시가 조성됨으로써 마을 전체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였다. 마을 원주민들은 아름다운 여수동이 도시화 되어도 마을의 문화 전통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을 유래비를 여수초등학교 뒤에 있는 이병철 송덕비 옆에 세웠다.

 

 


‘여수거사 이병철 자선송덕비’ 비문


초속도의(超俗道義) : 도의는 세속을 초월하였고
천자인호(天資仁豪) : 하늘이 내린 인품은 어질고 빼어났다
치수개척(治水開拓) : 치수를 개척하니
비공하이(非公何爾) : 공이 아니면 어찌했으랴
항사후생(恒事厚生) : 모든 일에 사람들을 넉넉히 하는 것이
현업지일(顯業之一) : 분명히 한 일의 첫 번째였네
공익자선(公益慈善) : 공은 더욱 선을 베풀었고
유자역현(有子亦賢) : 자손 또한 어질었네
중구늑명(衆口勒銘) : 뭇 사람들의 말을 돌에 새기려니
공난매거(功難枚擧) : 공을 낱낱이 말할 수 없네
익창기덕(益彰其德) : 더욱 빛낼 그 덕은
영세불민(永世不泯) : 세상 영원토록 사라지지 않으리

 

[ 경기신문 = 김대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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