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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인생샷’ 남기고 싶다면, 지금 바로 아트스페이스광교로

개관 3주년 기념전 ‘아워세트 : 아워레이보×권오상’ 展
조각가 권오상과 공간 구조·연출 그룹 아워레이보 협업
동시대 현대미술 다각도로 경험…5월 22일까지, 무료

 

“여기 뭐지, 무슨 영화 세트장인가?”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마치 영화에서나 볼법한 최고급 스포츠카가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 뒤로는 모델이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듯하다.

 

단순히 작품만 전시됐다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작품 주변의 장치와 공간 구성이 작품을 마치 세트 촬영장처럼 보이도록 연출해낸 것이다. 이렇게 보니 작품에 날개가 달린 듯하다.

 

이쯤 되면 자연스레 스마트폰을 꺼내 연인, 친구, 가족과 함께 인증샷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무슨 전시냐고? 지난달 25일 개막한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개관 3주년 기념전, ‘아워세트 : 아워레이보×권오상’ 전이다.

 

권오상 작가는 사진 조각의 새로운 지평을 확립하며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는 유명 젊은 작가다.

 

여기에 조각, 설치, 시각·공간 디자인 등 미술 기반의 공간 구조·연출을 모색해 온 크리에이티브 그룹 아워레이보가 만났으니 전시 자체가 색달라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권 작가는 “아워레이보와 협업으로 많은 시너지 효과가 났다. 아워레이보와 작업을 주고받으며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며 이번 전시에 흡족하다는 평을 냈다.

 

전시를 기획한 윤여진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권 작가의 작품에 아워레이보의 공간 연출과 신작 조명 연출 등이 함께 포함돼 있다. 둘의 협업을 통해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확보하고자 한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관람객이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세트. 1은 모터쇼 쇼케이스 현장을 방불케 한다. 슈퍼카 엔초 페라리와 부가티 베이론을 본 딴 ‘더 스컬프쳐 3’, ‘더 스컬프쳐 4’가 전시돼 있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에 걸쳐 완성된 두 대의 자동차에는 권 작가의 손길이 담겨져 있다. 울퉁불퉁한 표면과 상반되는 부드러운 검정 카펫 위에 작품을 전시해, 현시대의 명품으로 인식되도록 유도한다.

 

슈퍼카가 당장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화살표 조명과 기둥의 안내 문구·그림은 아워레이보가 디자인했다.

 

아워레이보 이정형 디렉터는 “결승선 통과 후 잠시 쉬는 슈퍼카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 슈퍼카가 가진 활동감과 리듬감이 느껴지도록 공간을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권 작가의 대표적인 사진 조각 연작을 만날 수 있는 세트. 2는 모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촬영해 제작한 데오드란트 타입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실제 사람 크기인 작품들은 전통적인 조각상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워레이보는 분장실에서 사용하는 메이크업 조명을 배치해 조각의 인물들이 배우가 된 것처럼 화장한 듯, 부드럽고 따뜻하게 보이도록 했다.

 

데오드란트 타입으로 제작된 세트. 3의 작품들은 권 작가가 2020년대부터 제작해 온 추상적 형태의 와상이다. 사진이 가진 2차원적 특징과 조각의 3차원적 특징을 동시에 보여 준다.

 

작품은 아워레이보가 제작한 압축 스티로폼 좌대 위에 전시돼, 카메라 셔터에 맞춰 포즈를 취하는 모델 같다. 아워레이보 최병석 디렉터는 “작품 자체가 낮아, 관람객에 시야에 맞게 무게 중심을 낮춰 연출했다. 분홍색 좌대에 파란색 벽을 칠하고, 스튜디오 조명을 달아 크로마키 스튜디오처럼 보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세트. 5에서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겨울, 백화점 쇼윈도에 설치됐던 작품 ‘또 다른 즐거운 곳으로 여행’을 만날 수 있다.

 

여행가방과 모자, 구름, 여러 행성들로 구성된 모빌 그리고 기타와 드럼을 쌓아 올린 작품을 보며 여행과 축제에 대한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권 작가는 “이 작품을 만든 때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콘서트나 여행 등을 갈 수 없었던 시기였다”면서 “그 당시의 답답했던 심경이 작품에 담겼다”고 전했다.

 

아워레이보는 이 작품을 위한 연출에 특히 조명을 신경 썼다. 천체망원경과 인공위성을 생각하며 조명을 제작했고, 콘서트와 락페스티벌이 연상되도록 조명의 높낮이를 달리해 사운드를 시각화했다.

 

이를 통해 작품은 전면으로만 감상할 수 있었던 쇼윈도를 벗어나,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보여 주며 새로움을 선사한다.

 

세트. 6은 ‘작은 종이장이라도 공간을 차지하며 혼자 설 수 있다면 조각’이라는 권 작가의 생각을 담은 연작 ‘더 플랫’을 전시했다. 패션 잡지에 등장하는 보석과 시계를 광고사진, 디자인, 인테리어 잡지 등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사진 속 귀금속들을 하나하나 오려 철사로 지지대를 만들고 대형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했다.

 

권 작가는 “잡지에 나온 이미지들은 사람의 손으로 만든 물체와 사물들의 집합체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한데 모았을 때 예술적으로 보일까라는 궁금증이 있었다”고 작품 배경을 밝혔다.

 

 

손에 쥐고 감상할 수 있는 조각을 만들기 위해 제작된 연작 ‘스몰 스트럭쳐’의 미니카 99대를 세트. 8에서 볼 수 있다. 권 작가는 세계 3대 레이스 중 하나인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등장하는 차를 약 1/43 정도로 축소했다.

 

아워레이보는 이 미니카들을 주차타워가 연상되는 구조물 안에 배치했다. 여기에 미세한 흠집을 발견하기 위한 도색부스처럼 조명을 연출해 작품의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놓치지 않고 감상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전시의 마지막 세트. 9의 ‘릴리프’는 자작나무 위에 이미지가 덧대진 나무판을 쌓아올리는 콜라주 형태의 작품이다.

 

권 작가는 “이전에 전시에서 ‘왜 플랫의 이미지를 전시하지 않는가’라는 관람객들의 질문이 있었는데, 이 작품이 그에 대한 답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로 연결성이 없는 이미지를 중첩시켜 평면으로 완성된 작품을 아워레이보는 또 다른 판형에 올려 전시했다. 이를 통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수원시립미술관 김진엽 관장은 “‘아워세트 : 아워레이보×권오상’은 작가-미술관-관람객 간의 새로운 관계를 고민하는 자리로, 새로운 연대의 장으로 마련된 ‘우리의 세트’에서 동시대 현대미술을 다각도로 경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5월 22일까지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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