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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의 프랑스예술기행] ⑬ 에밀 졸라와 메당

 

“진실은 땅 속에 묻히면 점점 자라며 숨이 막혀서, 결국 그것이 터지는 날에는 모든 것을 날려버릴 만한 폭발력을 얻게 된다.” 프랑스 최고의 지성 에밀 졸라(Emile Zola)의 고발문이다. 진실의 은폐로 간첩이 된 드레퓌스(Alfred Dreyfus) 대위. 유대인이었기에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다. 이에 분노한 정의의 기자 졸라. 펠릭스 포르 대통령에게 공개편지를 썼다. “자뀌즈(J'accuse: 나는 고발한다)!” 이는 프랑스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고, 마침내 지식인들의 선언문을 이끌어 냈다. 재판은 뒤집혔고 드레퓌스는 누명을 벗었다.

 

19세기 말 프랑스를 두 동강 나게 한 “드레퓌스 사건.” 이를 종식시킨 졸라. 프랑스 양심의 표상이 됐다. 그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존경은 하늘을 찔렀다. 오죽했으면 사후 6년 만에 프랑스 위인들의 성전인 팡테옹에 그를 모셨을까.

 

하지만 졸라의 인생초년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모자라는 듯 말을 더듬고 국어 실력은 형편없었다. 타지에서 온 학생이 이처럼 꺼벙하니 프로방스 학생들은 그를 괴롭혔다. 이때 세잔이 나타나 구해줬고 그 둘의 우정은 시작됐다. 졸라는 바칼로레아(대학입학자격시험)도 연거푸 낙방했다. 대학을 결국 포기했고 아셰트(Hachette) 서점 종업원이 됐다. 그때 스탕달, 발작, 플로베르를 열심히 읽었다. 그의 좌우명 “하루에 한 줄이라도 읽지 않는 날이 없어야!”는 이때 생긴 것이고, 이는 그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꿨다.

 

 

졸라는 메당(Médan)을 좋아했다. 파리에서 30킬로 떨어진 이 마을은 센 강이 굽어 드는 언덕 위에 있다. 이곳에 졸라는 1878년 집 한 채를 샀다. 대박 난 그의 소설 『목로주점』 덕분이었다. 이 집에서 모파상, 세잔 등과 사교를 하며 졸라는 문학적 상상력을 키웠다. 세잔은 여기서 불멸의 작품 '메당의 성'을 그렸고, 졸라는 명작 루공 마카르 전작을 집필했다.

 

 

24년간 살았던 메당의 졸라 메종. 네오 고딕식 서재와 가구, 졸라 자신이 직접 그린 도안들, 키가 큰 전신의 불상 등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바로 옆에는 드레퓌스 기념관이 서 있다. 드레퓌스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 노래, 슬라이드, 팸플릿, 포스터 등이 잘 전시돼 있다.

 

메당에는 이 외에도 역사 문화 유적지가 많다. 마을 한 복판에 세워진 생 제르맹, 생 클레르 성당. 토스카니식의 채광창, 둥근 지붕 위에 올라붙은 두 개의 종루가 있는 이 성당은 우아하기 그지없다. 메당의 영주 장 부르댕(Jean Bourdin)이 1635년 세운 것으로 소설에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16세기 최대의 시인 롱사르의 별장도 있다.

 

졸라의 지성이 생각나는 시절이다. 거짓이 난무하는 세상. 무엇이 진실인지 너무도 혼탁하다. 혹시 파리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있다면 메당에 꼭 한 번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곳에서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가, 한국의 갈등을 부추기는 건 내가 아닌가, 나 자신은 깨끗한가. 이런 다양한 질문들을 하고 답을 찾아본다면 이 또한 얼마나 멋진 여행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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