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사탕처럼 몽글몽글 핀 벚꽃이 가득’

연일 따뜻한 봄 날씨가 이어지면서 9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는 주말을 맞아 벚꽃 구경을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경기도의 벚꽃 개화가 시작된 데다 이날 낮 기온은 24도로 완연한 봄 날씨를 보여, 주변 도로가 마비될 정도의 구름 인파가 몰렸다.

경기도청과 팔달산 일대는 예부터 경기도의 벚꽃 명소다. 1967년 경기도청 입주 당시 주변에 심은 벚나무 200여 그루가 매년 3월 말~4월 초 꽃을 피웠고, 도는 1987년부터 매년 축제를 개최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경기도청 봄꽃축제'를 3년 연속 취소해왔다.

그럼에도 이날 도청에는 산책길이라도 구경하고자 아이와 함께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 단위 상춘객들이 많았다.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유모차에 탄 한 아이는 찡그린 표정으로 직접 손으로 마스크를 내렸다가 잠깐 숨을 쉬고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8개월 된 아기와 함께 용인시 수지구에서 경기도청을 찾은 박두홍씨는 “수지에는 아직 벚꽃이 활짝 안 폈는데 경기도청 벚꽃이 유명하다고 해서 왔다”며 “날도 따뜻하고 꽃놀이 나오니까 너무 좋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도 “행사가 따로 없어서 아쉽고, 도청에 주차를 못 하게 막아놔서 (주차하느라) 힘들었다”고 했다.

100일·4살 아이를 데리고 온 이경하씨는 “아기와 함께 진짜 오랜만에 밖에 나왔다”며 “기분도 너무 좋고 날씨도 따뜻하니 밖에 자주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마스크 없이 구경할 수 있어서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도청에는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경기도청 봄꽃축제 취소'라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상춘객들의 통행과 차량 통제를 안내하는 공무원들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거리두기 준수'라고 적힌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상춘객들 사이에서 경광봉을 들고 순회하던 한 공무원은 “혹시 모를 코로나 확산에 대비해 사람들이 취식하지 않게 지도하고 너무 많이 모여있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벚꽃길을 걷는 사람들 간 거리두기가 지켜지고 않는 모습은 아쉬웠지만, 오랜만에 야외에 나와 정자에 앉아 오순도순 모여 도시락을 나눠 먹는 모습도 보였다.

먹거리가 빠지면 서운하다. 

솜사탕을 판매하는 노점이 보였다. 엄마 아빠는 벚꽃놀이구경에 아기는 벚꽃솜사탕의 몽글몽글한 맛에 황홀경이다. 이날은 아름다운 벚꽃 터널에 따사로운 햇살까지 완연한 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나뭇가지를 가득 채운 벚꽃이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면서 상춘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봄 햇살도 무척 따스했다.

아쉬운 소식도 있다. 경기도청이 다음달 말 광교 신청사로 이전함에 따라 현 청사에서의 꽃구경은 축제도 없이 올해로 마지막이 됐다. 하지만 마냥 아쉬워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경기도는 광교 신청사 이전을 앞두고 기존 경기도청(팔달산 소재) 변천사를 담은 ‘경기도청사 추억 사진전 등 홍보전’을 오는 11∼18일까지 경기도청 구관 1층 출입구 및 잔디광장에서 연다. 경기도청사 추억 및 새로운 미래 광교 청사전’이라는 주제로 열릴 이번 홍보전은 지난 1967년부터 현재까지 10년 주기의 경기도청 변천사 등 특별사진 40점이 전시된다.

[ 경기신문 = 강현수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