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느즈막한 나이에 무슨 그림인가 했죠.”
수원시 권선구에 거주하는 정맹순(81) 할머니는 아파트 단지와 인근 텃밭에서 새를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지난 2018년 심장 수술을 받은 후 딸이 선물한 노트·볼펜·색연필을 활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탐조(探鳥)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1년간 47종의 새를 그리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아파트 새 지도’를 만들었다. 현재까지 완성한 새 그림은 200여 점에 달한다. 대단한 그림솜씨는 아니지만 투박하고 정겨운 그림체로 새들을 담아냈다.
도심 속 새들을 관찰하고 그려낸 정 작가의 작품은 오는 24일까지 호매실도서관에서 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와 더불어 호매실동 아파트 단지 일대를 탐조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 정 작가의 딸 박임자 씨(탐조책방 대표·생태문화기획자)가 함께 한다. 13일 정 작가와 박 씨를 만나 봤다.
◆ 그림을 그리시게 된 계기.
정 : 심장수술 이후 딸이 볼펜을 주면서 “그림을 한 번 그려보라”는 권유할 때 처음에는 쑥스러웠다. 그래도 격려를 받으며 볼펜으로 선을 그려가고 색연필로 색을 입혀보니 예쁜 결과물들이 나오게 됐다. 처음에는 텃밭의 작물들을 그리기 시작하다가 이후 새들을 그리게 됐다.
◆ ‘아파트 새 지도’가 참신한데 제작하게 된 계기.
박 : 현재 사는 곳이 도서관 옆 호매실GS아파트이다. 아파트 주변에 황구지천과 논이 있는데 이제 곧 개발이 될 거라 한다. 개발 이후 변화를 겪게 될 새들이 걱정되었고 그에 대비해 기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됐다.
◆ 작품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나.
정 : 손자의 생일에 오목눈이를 그렸고 글을 함께 써서 선물로 줬다. 그 때 선물을 받은 손주가 너무도 좋아해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 인스타그램·유튜브 등 SNS를 통한 활동도 진행중인데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박 : ‘탐조책방’을 운영하면서 작가님의 그림과 일상을 담은 영상을 같이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 아파트 내 탐조활동과 ‘아파트 새 지도’를 홍보함에 큰 도움이 됐다.
◆ 향후 활동 계획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박 : 아파트에서의 탐조활동을 담은 이야기와 그림을 모아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그리고 올해의 작품활동 주제를 ‘맹순씨네 텃밭에 온 새들’로 잡아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 경기신문 = 임석규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