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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일제강점기, 나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항일과 친일, 백 년 전 그들의 선택’ 展
경기도박물관, 9월 12일까지 전시
일제강점기 서화, 판화 등 200점
종군기자 매켄지가 찍은 의병사진
송종헌의 친필 '팔굉일우비' 탁본
'도마 안중근' 등 샌드 애니메이션 상영

 

구한말 명문가 출신이자 대자산가로 이름을 날리던 이석영 선생. 그는 일본이 조선을 강제 합병한 1910년, 동생 회영·시영 등 6형제와 일가족을 데리고 전 재산을 처분해 서간도로 망명한다. 한인 자치기관 경학사와 무장 항쟁을 이끌었던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했다. 말년에는 생활고에 시달리며 상하이 빈민가를 떠돌다 1934년 생을 마감했다.

 

정미칠적 중 한 명인 송병준은 고종 퇴위, 일진회 조직 등 매국 행위를 일삼았다. 양지현감을 역임했고, 한일병합에 앞장선 공로로 일본에서 자작 작위를 받았다. 1920년 백작으로 승작됐다. 사후 아들 송종헌이 백작 작위를 이었다. 부자는 오늘날 나란히 친일인명대사전에 박제됐다.

 

 

1910년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 일본의 침략과 국권 강탈은 조약 형식으로 포장돼, 이에 협조하는 친일파들이 있었다. 하지만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에 저항하는 사람은 더 많았다.

 

‘1백 년 전 나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전시가 열렸다.

 

지난달 27일 경기도박물관(관장 김기섭)에서 개막한 특별전 ‘항일과 친일, 백 년 전 그들의 선택’은 경기도 31개 시군의 항일독립운동과 친일파(親日派)에 대해서 조명한다.

 

특히 친일을 주제로 한 전시는 처음인 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기섭 경기도박물관장은 “그동안 항일과 독립에 관한 전시는 굉장히 많았다. 친일은 전시 중 일부 코너로 다룬 적은 있어도, 주제로 한 것은 없었다. 친일파를 보면 독립운동가가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느껴진다. 그래서 극명히 대비되는 둘을 함께 전시했다”고 밝혔다.

 

 

전시는 경기도의회가 지난해 5월 20일 제정한 ‘경기도 일제 잔재 청산에 관한 조례’에 따라 기획됐다.

 

전시를 위해 민족문제연구소, 안성3.1운동기념관, 제암리 3.1운동순국기념관, 경기도의 항일독립운동 관련 유관 기관 및 단체, 개인 소장가 등 여러 곳에서 유물과 자료, 이미지와 영상물을 협조했다.

 

전시는 ▲대한제국의 비극, 그들의 선택 ▲항쟁과 학살, 그날 그곳을 기리다 ▲친일(親日)과 일제잔재(日帝殘滓) ▲유물로 만나는 경기도의 독립운동가 등 총 4부로 구성됐다. 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서화, 판화, 유화, 사진, 신문, 도서, 엽서, 영상물 등 200여 점을 볼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영국 종군기자 프레더릭 아서 매켄지(Frederick Arthur Mackenzie)가 양평에서 찍은 의병 사진이 관람객을 제일 처음 맞이한다.

 

1907년 11월 7일과 8일 삼산리 전투가 벌어진 직후의 양평을 답사한 매켄지는 한국인이 “비겁하지도 않고 자기 운명에 대해 무심하지도 않다”고 기록을 남겼다.

 

그가 만난 의병에는 군인과 유생, 농민, 어린 소녀 병사도 있었다. 사진 속 구식 총과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의복, 의병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앳된 모습의 소년이 눈길을 붙잡는다.

 

 

경기도는 참여 인원 17~20만 명, 총 367회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3·1만세운동을 전개했다. 뜨거운 항쟁만큼이나 가슴 아픈 학살이 뒤따랐다. 전시는 대형 유화 ‘제암리 뒷동산 만세소리’(1983년, 김태)을 통해 1919년 4월 15일, 지금의 화성시 제암리에서 주민들을 집단 학살한 일본군의 만행을 전한다.

 

그 옆으로는 일제 감시 대상자들의 인물카드가 부착돼 있다. 사진, 출생연월일, 주소지 등 총 4857명에 대한 신상을 담은 카드 중 경기도 연고자 320여 명의 카드를 볼 수 있다.

 

 

일제의 감시 대상이었던 독립운동가와 달리 일제에게 ‘조선 귀족’이 됐던 이들. ‘제3부 친일과 일제잔재’에서는 경기도 대표적 친일파 10명(이완용, 송병준, 박제순, 이재곤, 박영효, 박필병, 민원식, 홍사익, 조희창, 홍난파)의 친일 행적과 송병준·송종헌 부자의 공덕비 및 팔굉일우(八紘一宇) 관련 자료와 탁본을 전시한다.

 

특히 송종헌의 친필로 제작된 ‘팔굉일우비’는 ‘세계를 천황 아래에 하나의 집으로 만든다’는 뜻으로, 일본이 자신들의 침략을 합리화하기 위해 내세운 개념이다. 일제 아래 호의호식하며 만든 비석은 이제 송 부자의 친일행적을 나타내는 증거로 남았다.

 

 

또한 전시장 한편에 친일인명대사전과 친일파 검색이 가능한 컴퓨터를 배치해 우리 고장의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알 수 있도록 했다.

 

전시장에는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가 제작한 주홍 작가의 샌드 애니메이션 ‘도마 안중근’을 비롯한 총 8개의 영상물이 상영된다. 1942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현재의 국회) 사진을 활용한 포토존을 마련했다. 체험존으로는 ‘소망나무에 메시지 달기’, 태극기를 활용한 ‘태극 바람개비 만들기’, ‘나라사랑 태극기 만들기’ 등이 있다.

 

 

일제잔재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키는 전시 ‘항일과 친일, 그들의 백 년 전 선택’은 9월 12일까지 진행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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