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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개봉영화]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기록 ‘봉명주공’

 

지역 사회 내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을 기록하며 청주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신진 다큐멘터리스트 김기성 감독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했다.

 

1980년대에 지어진 청주의 1세대 아파트 ‘봉명동 주공아파트’와 그곳에 살던 사람들, 동물들, 식물들을 통해 생태학적인 시선으로 집의 의미를 그린 영화 ‘봉명주공’이다.

 

봉명 주공아파트는 보통의 아파트와 달리 단층 혹은 저층으로 구성됐고, 동 간의 간격이 넓은 구조이다. 이 공간은 ‘지역 커뮤니티’가 형성되며 주민들 간의 소통과 연대로 채워졌다. 한데 모여 김장을 하는 이웃 주민들, 평화로이 낮잠을 자는 길고양이, 나무 위에서 쉬어가는 새들의 정다운 모습은 일반적인 아파트 세대에서 찾아보기 힘든 봉명주공만의 풍경이다.

 

때문에 재건축 소식에 다수의 거주민들은 섭섭함과 아쉬움이 앞선다. ‘봉명주공’은 곧 사라져 갈 그곳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김기성 감독은 “봉명주공이라는 사라져 버린 공간이 오늘날 집의 의미에 대한 탐구이자 성찰로써 관객들에게 기억됐으면 좋겠다”며 제작 의도를 밝혔다.

 

영화는 2021 제18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대상(한국환경영화부문)과 관객심사단상을 수상하며 “보존의 중요성에 대한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사례를 제시하는 뛰어난 작품”(서울국제환경영화제 피터 오브라이언 심사위원)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196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급격한 산업화로 이촌향도 현상이 본격화됐고, 서울을 비롯한 지방 거점 도시들에는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섰다.

 

산업화 이후 세대들의 삶에는 몇 번의 이사가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금자리로서 집의 의미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영화는 실거주민들에게 아파트라는 공간은 철근과 시멘트 그 이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재건축을 이유로 이사 나가는 거주민들과 뿌리 뽑히거나 베어지는 나무들을 병렬적으로 배치해 ‘주거’와 ‘이주’의 의미를 생태학적으로 풀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간과돼 온 ‘집’의 의미를 식물에 빗대어 표현하며, 관객들이 주거지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들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아파트가 ‘고향’인 이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그들이 한때 뿌리내렸던 마을을 돌아보게 만든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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