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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대의 미디어 산책] 오락프로그램은 공익적인가

 

 

한국방송협회가 주관하는 한국방송대상은 73년부터 그 해의 최고 프로그램에 시상하는 한국방송의 아카데미상이다. 지상파 3사의 연말 방송대상이 자기들만의 위로와 격려잔치를 하는 셀럽들의 송년 프로그램인데 비해 방송대상은 말 그대로 최고의 프로그램을 선정하는 권위 있는 시상식이다. 드라마가 대상을 처음 받은 게 96년 KBS의 일일연속극 바람은 불어도 이며 이어 98년에는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이, 오락 프로그램으로는 MBC의 칭찬합시다가 99년 대상을 받았다. 교양 다큐가 아닌 오락 프로그램이 대상을 받는데 물경 23년이 필요했다. 2000년대 들어 드라마의 한류 바람과 웰메이드 사극의 인기로 대장금, 불멸의 이순신 등이 대상을 수상하였고 2015년에는 무한도전이 대상의 영예를 얻었다. 그 시기에도 차마고도, 누들로드 등 정말 좋은 다큐멘터리가 대상의 단골 수상자였다. 

 

그러고 보면 오락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높아도 좋은 프로그램이란 소리를 듣기 참 어렵다. 많이 보고 재미는 있는데 좋지는 않다는 명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원래 시청자가 그렇게 수준이 낮은 거라면 시청자를 위한다는 말은 지나치게 계몽적인 표현이 된다. 과연 시청자는 프로그램을 통해 가르치고 계도해야 하는 우매한 대중일까? 필자는 B급 액션 영화와 무협지 마니아다. 머리 복잡하고 재미없을 때 2시간 푹 빠져 세상 근심 잊고 나면 개운하다. 장 끌로드 반담이나 제이슨 스타뎀은 정말 쌈 잘한다. 적어도 2시간 동안 나는 머리숱 많은 스타뎀이다.

 

MBC 일요일 밤에 한 코너로 ‘이경규가 간다’가 있었다. 속칭 이경규의 양심냉장고로 유명했다. 심야시간 아무도 서지 않는 횡단보도 정지선 앞에 바르게 멈춰 선 차량에 가보니 장애인이 운전하고 있었다. 먹먹했다. 나를 돌아봤다. 소위 말하는 공익 예능의 효시다. 이어서 칭찬합시다, 러브하우스 등이 줄을 이었다. 웃음과 사회적 메시지가 결합된 좋은 오락 프로그램이다. 그렇다고 만드는 족족 공익 예능일 필요는 없다. 모든 드라마가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사회발전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이유 없듯이. 그냥 재미있고 판타지에 빠져 시청자가 달달한 기분을 느끼고 재미있으면 된다. 공익성 높은 프로그램만이 유익한 건 아니다. 오락프로그램이 재미있다면 시청자가 웃고 즐기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역할을 다한 것이다. 프로그램도 제작자의 눈에서 시청자의 눈으로 평가기준을 넘겨보자. 프로그램의 만족도를 보자. 시청자가 다양한 정보에 만족하든 전달하는 메시지에 공감하든 그저 재미있어 웃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든 만족의 요소는 다양하다. 프로그램을 비평가로부터 시청자에게 돌려주자는 말이다. 오락 프로그램도 공익성을 담보해야만 좋은 프로그램이란 강박에서 탈출하자. 균형 깨진 보도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분노를 느낀다. 어설픈 교양 프로그램은 야만스럽다. 종편에서 방송하는 건강 교양 프로그램은 방송에서 언급한 건강식품을 파는 인포머셜이 여러 PP에서 바로 이어져 방송된다. 교양이 아니라 교묘한 상술이다. 

 

내가 TV 앞에서 끊임없이 감동받고 사회적 이슈에 공감하고 스스로 반성해야 하는가? TV 앞에서 마음 편하게 축 늘어져 그냥 낄낄대면 안 되는가? 제작자도 언론학자도 비평가도 강박에서 벗어나자. 내가 TV 프로그램 관련해 뭔가 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뻑에서 벗어나고 그냥 자유롭게 놔둘 때 이성의 눈은 더욱 번뜩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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