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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 허위조작정보 감별법

미디어 리터러시(2)

 

매클루언은 또한 ‘미디어는 마사지다’라고 했다.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말의 연장이다. “사회는 커뮤니케이션의 내용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되는 미디어의 특성에 의해 형성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따끔하게 지적한다. “미디어 연구자들은 미련하게도 미디어의 ‘본질’보다는 미디어 수단이나 과정에만 관심을 둔다.”

 

다음으로는 정보의 비판적 수용과 주체적 수용이다. 미디어를 통해 무수히 쏟아지는 허위조작정보를 어떻게 가려내 유용한 지식으로 삼느냐 하는 문제다. 『청소년과 미디어』 교재에서는 다양한 사례 분석을 해놓았다. 이런 식이면 누군가가 일일이 추적해서 가짜뉴스에 대한 팩트체크를 해주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교재에서 ‘허위조작정보와 팩트체크’ 단원을 보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야 한다면서 “사실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것이고 참과 거짓을 가릴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해놓았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이용자 스스로 허위 정보에 대한 감식안(鑑識眼)과 분별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라고 했다. 어떻게 해야 그런 감식안과 분별력을 갖출 수 있을까?

 

근원적으로 철학적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바로 실재(본질)에 대해 탐구하는 존재론(Ontology) 철학에 대한 이해이다. 존재론은 눈에 보이는 현상의 너머에 있는 존재 즉 리얼리티를 규명하는 철학이다. 19세기 들어 리얼리티는 고전주의에 대비되는 현상의 영역으로 후퇴했다. 소위 사실적 묘사에 집중하는 리얼리즘이다.

 

사실(facts)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게 아니라 달라진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제와 오늘이 다를 수 있다. 사실이 곧 진실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보도에는 허위조작정보가 난무하다. 기자가 전투현장에 접근도 못하는데 매일 보도되는 기사들은 무엇인가? 이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높일 수 있을까?

 

현대의 과학과 철학은 여전히 현실에 머무르지 않고 참된 존재로서의 실재(reality)를 규명하는 존재론을 고수하고 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물리학자 로벨리(Carlo Rovelli)는 존재론에 입각해 보이지 않는 실재로서의 물질의 세계를 추적한다.(『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보인다고 본 게 아니다. 인간세상도 다르지 않다.

 

실재 규명의 포기는 비실재(가짜)의 창궐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허위조작정보가 난무하는 까닭도 ‘가짜’를 배제하고 구별해내는 존재론 철학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부지기수의 허위조작정보에 일일이 팩트체크로 대응하는 것은 하수의 방법이다. 국민들이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으로 무장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고, 존재론 철학은 그 기초가 된다. 그것이 바로 주체적 수용이다. 기초공사가 부실한 교육은 사상누각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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