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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과 이중섭의 깊은 우정…메마른 시대에 깨우침 전하길”

[인터뷰] 낭독극 ‘사랑하기에 나는 미친다’ 임주희 연출
분단·이산, 사별·이별의 아픔 함께한 구상과 이중섭 우정 그려

 

“옆에 있는 친구가 좋은 친구이니까, 그 친구를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2019년부터 낭독극 ‘사랑하기에 나는 미친다’를 연출한 임주희 연출가는 작품의 두 주인공 ‘구상’과 ‘중섭’을 통해 관객들이 친구를 깊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작품은 시인 구상과 화가 이중섭의 생(生)과 사(死)를 뛰어넘는 우정을 그렸다.

 

구상의 딸인 구자명 소설가에 따르면, 구상은 임종을 앞두고 48년 전에 죽은 이중섭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이 일화를 접한 구상의 제자 이승하 시인은 구상 탄생 100주년을 맞아 2019년 이 희곡을 집필했다. 그리고 이승하 시인의 제자인 임주희 연출가가 제작을 맡았다.

 

 

작품의 주제는 형제보다도, 연인보다도 진했던 두 사람의 우정이다. 둘은 20년 동안 한결같았다. 구상은 가족을 하나둘 사별하는 아픔을 겪었고, 이중섭은 일본으로 가족을 보낸 뒤 힘겨운 나날을 지냈다. 그 사이 태평양전쟁이 있었고 광복, 남북 분단, 6·25전쟁, 전후의 가난 등의 어려움을 함께한 두 사람이기에 가족 이상의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

 

구상이 세상을 떠난 날, 저승에서 천상병과 중광스님이 술추렴을 하며, 구상과 이중섭의 과거를 더듬는다(살아생전에 구상은 천상병, 중광스님과 각별한 사이였다. 구상 시, 중광 그림의 시화집을 내기도 했다). 구상은 1946년 원산에서 발간한 동인지 ‘응향’이 문제가 돼 목숨을 구하고자 단신으로 월남하는 이유가, 이중섭은 일본인 여인 마사코(남덕)와 결혼하는 이야기가 주축이 된다.

 

 

◇ 관객을 만날 수 있다면 모든 곳이 무대

 

임 연출은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연극의 해외 교류들을 추진해왔다. 영국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도 여러 차례 참가했고, 제작 작품이 루마니아 ‘시비우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의 공식 초청작에 선정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작품의 해외 공연 기회들마저 앗아갔다.

 

임 연출은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해외로 나가는 길들이 접혔다. 공연을 진행하기도, 배우들하고 만나기도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작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줌,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으로 공연하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쉬웠지만, 공간 제약이 없는 온라인 기반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에 있는 배우들과 함께 공연하게 돼 의미가 있었다고 덧붙었다.

 

 

임 연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조금 더 관객들의 일상으로 공연이 스며들기를 바랐다. 실제로 지난 6월 공연은 서울 양재동의 한 와인 바에서 진행됐고, 70여명의 관객이 함께 했다.

 

“카페, 교회 등 해외에 가면 극장에서만 공연을 하지 않는다. 사실 100석짜리 극장에서 공연을 해도 50석을 채우기가 어려울 때가 많은데, 이번 공연은 접근성이 좋아 관객들도 오기 편했고, 일정을 짜지 않고 지나가다 들를 수 있어 시간적으로도 자유로워 좋아하신 것 같다”고 임 연출은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나는 사랑하기에 미친다’ 공연을 원하는 곳이 있고, 기회가 된다면 낭독극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임 연출은 작품을 내년에 연극으로 선보이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 스크린으로 옮겨질 구상과 이중섭

 

‘나는 사랑하기에 미친다’는 지난 6월 공연을 포함해 지금까지 세 차례 공연됐다.

 

첫 번째는 무대 공연 형식처럼 진행됐고, 두 번째는 구상선생기념사업회의 자문을 통해 구상의 이야기를 좀 더 집중적으로 다뤘다.

 

세 번째 공연은 임 연출의 고민 끝에 색다른 공연이 만들어졌다. 극을 3막으로 나누어 각 막이 끝날 때마다 성악가 최윤성의 목소리가 더해졌다.

 

“구상과 이중섭, 두 사람의 관계성을 좀 짙고 호소력 있게 불러줄 수 있는 음악을 선택했다”는 임 연출의 말처럼 공연은 막과 막 사이 음악을 통해 관객이 두 사람의 우정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친구를 사귀는 것마저 자본이 필요해진 ‘메말라’있는 시대에 ‘진짜 친구’를 이야기하고 싶다는 임 연출은 현재 임 작품의 영화화를 위한 시나리오를 집필 중이다.

 

 

영화는 ‘이중섭’ 위주의 이야기가 진행될 예정이다.

 

“천도복숭아를 살 돈이 없어서 그려갈 정도였지만, 밥보다도 시와 그림을 먹어야 살 수 있던 사람이었다. 우리가 지금 자본주의에 살고 있지만, 돈의 가치보다도 더 중요한 것을 ‘이중섭’이 했다고 생각한다. 그 얘기를 하고 싶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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