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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찰나’, 예술가가 포착하니 작품

수원시립미술관 소장품 교류 기획전 ‘우리가 마주한 찰나’
국립현대·광주시립·경남도립미술관 등 국공립 미술관 10곳 참여
‘자연’·‘인간’·‘그 너머’를 주제로 일상에서 포착한 예술적 순간 다뤄
김창열, 이이남, 윤지영, 김아타 등 작가 24명(팀) 작품 79점 선봬
8월 9일부터 11월 6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

 

너무나 익숙해서 쉽게 지나쳤던 일상. 이 찰나의 시간들을 소중히 인식하고 마주하는 순간, 일상도 예술이 될 수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이 지난 9일 개막한 전시 ‘우리가 마주한 찰나’는 일상의 순간과 경험을 예술로 조명한다.

 

전시는 수원시립미술관의 주요 소장품을 바탕으로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등 국공립미술관 10곳과의 교류를 통해 마련됐다. 24명(팀) 작가의 작품 총 79점을 3부로 나눠 소개된다.

 

1부 ‘자연’은 하늘, 구름, 산, 나무 등 우리 주변 풍경에서 볼 수 있는 자연적 요소를 탐구한 작품들을 만나본다. 환경과 자연을 바라보고 느꼈던 작가의 시선을 담는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푸른 하늘이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이한다. 작가는 자신의 심경과 감정을 하늘의 구름으로 나타냈다. 경기도미술관 소장작 ‘순수형태-심경(心輕)’(2005)은 유화 작업으로 바람, 구름, 빛의 조화로 경쾌한 마음이 담겨 있다.

 

이이남 작가는 고전 명화에 애니메이션 기법을 가미해 디지털 산수화를 창작했다. 작품에서 흘러나오는 빗소리, 새소리가 관람객을 자연으로 안내한다. ‘인왕제색도-사계’(2009), ‘조춘도(早春圖)-사계Ⅱ’(2011)에서 작가는 모든 사물은 천지자연의 이치에 따라 약동한다는 동양의 자연관과 고전 회화론을 현대 기술로 구현했다.

 

 

또한 전현선 작가의 대형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인 ‘나란히 걷는 낮과 밤’(2017-2018)은 인터넷에서 수집한 이미지들을 수채로 얇게 올렸다. 총 15점의 화포로 구성됐다. 관람객은 가로 7m, 세로 3m에 달하는 초록빛 평면의 회화 숲속에 들어서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인간’을 주제로 한 2부는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역사, 사회, 문화 현상과 이에 대해 작가들이 가진 다양한 관점을 엿볼 수 있다. 작가들은 신화와 역사를 여러 매체로 전달한다.

 

신화 속 여성들은 영웅이나 신적인 존재에 착취당하는 이미지로 등장할 때가 많다. 윤지영 작가의 ‘레다와 백조’(2019)는 여성을 향한 폭력을 미화시키거나 정당화한 신화에 저항한다.

 

제우스를 의미하는 백조의 목을 레다의 작은 손이 움켜쥐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사회 저변에 깔린 불평등한 의식 구조를 드러낸다.

 

 

뒤를 돌면, 한국 실험미술을 대표하는 이건용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1976년부터 시작된 ‘신체 드로잉’과 ‘Body Scape’ 연작은 작가의 신체를 이용한 그림들이다. 작가는 양손에 붓을 들고 2m 높이의 화포를 등지고 선다. 그리고 팔이 닿는 궤적만큼 반복적으로 선을 긋는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 방식을 “신체가 평면을 지각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몸과 감각이 허용하는 범위만큼 세계를 느끼는 것이다.

 

 

정정엽 작가는 거울 설치작 9점을 선보인다. ‘져’, ‘꾸’, ‘믓’, ‘옵’, ‘핍’…. 작품에 붙은 각각의 제목들은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뜻이 없는 단어이다.

 

작품 앞에 선 관람객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 이와 함께 적힌 단어들을 보며 생각에 잠기게 된다. 작가는 작품의 제목처럼 이 거울을 마주한 인물들 역시 사전적 단어들로 규정되고, 정의 되지 못한다는 의미를 전한다.

 

김민선과 최문선으로 이뤄진 ‘뮌’의 설치작업 ‘오디토리움 (템플릿 A-Z)’은 거대한 캐비닛 안에서 펼쳐지는 그림자극이다. 5개 캐비닛(45개 칸)의 내용물은 단 한 칸도 겹치지 않는다.

 

 

우리는 이 그림자들을 보며 의미를 찾으려 하고, 연관성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캐비닛에 진열된 물품은 그저 잡다한 사물들의 조합이다. 전체를 아우르는 맥락이나 주제도 없다. 이는 ‘망각’, ‘조작’을 전제로 하는 기억의 작동 원리와 관련됐다. 우리는 결국, 같은 장면을 보며 각자의 기억과 생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된다.

 

 

3부 ‘그 너머’는 윤향로 작가의 ‘스크린샷’, ‘Drive to the Moon and Galaxy’을 따라 인간의 내면으로 걸어들어 간다. ‘스크린샷’ 연작은 만화 속 마법 소녀가 변신하는 ‘찰나’의 배경을 차용했다. 캐릭터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묘사되는 방식을 포착하고, 이를 캔버스 화면에 재구성했다.

 

윤항로 작가가 만들어 준 통로를 지나면 시공을 초월해 인간의 내면과 예술에 관한 사유를 담은 작가들의 작품이 펼쳐진다.

 

김아타 작가는 디지털 사진 기법을 이용해 인간 본질을 살핀다. 이번 전시에서는 ‘뮤지엄 프로젝트’와 ‘온 에어 프로젝트’의 대표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온 에어 프로젝트’는 피사체를 8~25시간 동안 카메라에 장시간 노출한 뒤 중첩한 사진 연작이다. 바삐 움직였던 사람들은 희뿌연 먼지처럼 나타나고, 배경만이 선명하게 보인다. 모든 것이 영원할 수 없다는 작가의 철학이 반영됐다. 사람들은 결국 사라지는 존재이고 그 주변부만 남아있는 작품을 보며, 우리는 어느 곳을 향해 가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물방울 작가’ 김창열의 대표작 ‘물방울’(1978)과 세 점의 ‘회귀’가 소개된다. 수원시립미술관 소장품과 국립현대미술관, 대구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의 김창열 작품이 한 벽면을 메워 흥미롭다.

 

‘회귀’ 연작은 문자 위로 놓인 물방울들의 형태와 광선에 대한 탐구가 돋보인다. 우주의 생성과 운행 원리를 담은 천자문과 물방울을 통해 물의 미학을 회화로 구현했다.

 

전시를 기획한 조은 큐레이터는 “순간을 그냥 지나쳐버리면 아무 의미가 없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매겨진다. 예술과 일상이 얼마나 인접해 있는지 이번 전시를 통해 느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11월 6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 쉬운 우리말로 고쳤습니다.

 * 캔버스(canvas) → 화포

 

(원문) 총 15점의 캔버스로 구성됐다.

(고쳐 쓴 문장) 총 15점의 화포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