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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고독의 위로와 리더십

 

 

아침 산길에서 닭 우는 소리를 듣는다. 오늘은 서울에서 우리 아이가 열심히 노력해 제 능력으로 K 회사 대표이사로 취임하는 날이다. 그래서인지 산자락에서 새벽을 알리는 닭 울음소리를 듣자니 시골에서 자랄 때 우리 집 새벽을 깨우던 수탉의 목소리며 당당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은 휴대폰 알림 소리가 잠을 깨운다. 그러나 알림 소리보다 닭 울음소리가 창조주 음성처럼 먼저였다. 다음으로는 할아버지 기침 소리에 집안의 대문과 어머니의 부엌문이 열렸다. 할아버지의 기침이라는 무언의 언어가 회사 대표의 리더십 같은 역할을 했다.

 

어렸을 적 일이다. 날만 새면 친구들과 어울려 지금의 골프 같은 자치기나 구슬치기, 땅따먹기, 딱지치기 등에 해가는 줄 몰랐다. 이때 해질 무렵이면 어머니는 내 이름을 부르며 골목길로 나를 찾으러 다니셨다.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땅따먹기고 뭐고 발로 쓱쓱 문질러버리고 어머니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하면 닭 우는 소리에 태어나 어머니 같이 하나님이 부르시면 그 순간 손 털고 떠나는 게 우리들 존재의 끝인 것 같다.

 

나는 하나님에게 특별히 감사드릴 수 있는 것이 있다. 어머니의 외아들로 태어나 철저히 고독하게 유년기, 청년기, 장년기를 보낼 수 있게 해 주셨다는 것이다. 내 가슴과 머리를 쥐어박으며 슬퍼하면서도 외로운 운명 속에서 살아갈 길이 어디에 있는가에 눈 뜨게 해 주셨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님의 말씀에 순종했던 것이 결국 스스로의 자제력을 기르는 결과가 되었다. 외롭고 고독했기에 사람이 그리웠다. 힘들게 사는 분들 삶이 눈에 들어왔다. 사계절 자연의 빛이 시간 따라 달라짐을 느끼게 되었다. 도시로 나와 ‘홀로 삶’을 개척하며 독서를 통해 책 속에 길이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돈 • 권력 • 배경 없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책 읽고 느낌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인생을 낭비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유산으로 남기고자 글을 쓰고 작가가 되었다. 자기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겸손과 함께 추하게 늙지 않고 죽지 않는다는 철학이 되어주었다. 이어서 성찰의 시간을 늘려왔다. 성찰은 성숙이요, 성공의 길로 가는 길이며, 자신의 지식이 지혜로 발효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잠자리에 들 때 내일 아침 깨어나게 해 준다는 누구의 확인서 한 장 받지 않고 잠드는 게 인간이다. 자기의 인생길에 제 생명의 주인 노릇하며 당당히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때때로 고독이 주는 위로와 위안에 감사해야 할 일이다.

 

우리 집 아이의 대표이사 취임사를 들었다. 그런데 많이 잊어먹었다. 하나 기억나는 것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유비 현덕의 신의(信義)를 강조하는 점이었다. 영국의 신사도, 일본의 무사도, 한국의 선비정신! 여기에서의 핵심은 신의요 의리다. 짐승 같이 먹거리 따라 행동이 달라지거나 소인 같이 이해관계로 주인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인격의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학문과 덕성을 키우는 게 선비요. 지금의 참된 지성인이며, 조직 내에서 어울려 사는 사람들의 시대정신이다. 그래서 신임 대표가 리더십의 핵심으로 의리를 강조한 것 아닐까 싶어 퍽 다행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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