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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 인천 첫 시인협회 발족… “시인들의 패자부활전 이뤄지는 문예지 꿈꾼다”

 

“일요일인데도, 그는 죽으러 나가려고 구두끈을 매고 있었다”


예술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목과 첫 부분이다. 첫 문장, 첫 장면 등으로 독자의 시선을 붙잡고 다음 내용을 궁금하게 만들어야 한다. 


고광식 시인은 그 예로 조해일 작가의 ‘매일 죽는 사람’의 첫 문장을 들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죽는 연기만 하는 영화 엑스트라였다. 죽으러 가는 것은 일하러 간다는 말의 다른 의미다.


시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면서 복선과 반전을 배치해야 한다.

 

처음부터 뻔한 이야기가 나오거나 기시감이 느껴진다면 재미가 없다. 제목과 첫 연에서 독자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면 그 시는 실패한 시다.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조지훈의 시 ‘승무’ 첫 연에 매료돼 시를 사랑하게 된 고 시인은 인천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을 모아 인천 첫 시인협회를 발족했다.

 

현재 초대 회장을 맡고 있다. 시인협회를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는 2020년 6월부터 시작했다. 


고 시인은 “코로나 전까지 작가는 혼자 글을 쓰면서 성장한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면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문학 단체와 시인협회 중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다가 시인협회를 선택했다. 인천은 광역시인데다가 인구도 300만 명에 가까운 도시임에도 시인협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 시인은 “부산시인협회와 대구시인협회는 서울과 멀어 자체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인천은 서울과 가깝기 때문에 능력 있는 인천 시인들이 다 서울에서 활동하려고 한다”며 “인천 시문학의 활성화를 위해 시인협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2년 동안의 논의 끝에 올해 2월 19일, 창립 회원 50명이 모여 인천 중구 한중문화관 1층 전시실에서 인천시인협회 창립총회를 열었다. 인천에 주소를 두고 있는 회원이 80%가 넘는다.

 

 

인천시인협회는 문예지 ‘시인들(poempeople)’도 함께 창간했다. 문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글을 실을 수 있는 지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앙일간지 신춘문예와 유명 문예지로 등단한 문인들은 평생 그 이름을 가지고 문단 활동을 한다. 반면 영향력이 약한 문예지로 등단한 문인은 아무리 좋은 작품을 발표해도 자신의 글을 기고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고 시인은  “좋은 작품을 쓰는데도 평가받지 못하는 시인들에게 주목하고 이들에게 다시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목표“라며 “시인들의 패자부활전이 이뤄지는 문예지가 되길 꿈꾼다“고 말했다. 

 

올해 겨울호에는 인천의 거리나 명소 등을 주제로 쓴 글을 담을 예정이다. 또 현재는 여름호와 겨울호 반년 주기로 문예지를 만들지만 2년여 후에는 계절마다 내는 계간지로 구성할 계획이다. 


인천시인협회는 문예지뿐만 아니라 인천의 시인들이 성장할 수 있는 여러 발판을 준비했다. 오는 9월부터 저명한 문학인들을 초빙해 포럼을 개최하고 기성 시인과 지망생 간 스터디와 신인문학상 공모도 진행한다.

 


좋은 작품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독자들의 관심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대시와 독자들 사이의 마음의 거리는 멀다. 현대시는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는 게 그 이유다.


고 시인은 “현대시는 그림과 비슷하다. 이해하기 어려운 시는 내용을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읽었을 때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만 느끼면 된다”며 “시적 화자와 나를 동일시 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시의 매력은 끊임없는 상상이다. 현상이 아니라 현상 이면의 것을 보는 시는 그 매력을 극대화한다.


고 시인은 “보통 진달래꽃 하면 진달래꽃의 겉모습을 주로 떠올린다. 하지만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진달래꽃의 뿌리는 얼마나 힘들게 흙 속의 어떤 영양분을 찾아서 움직일까, 진달래꽃의 향기는 어떤 식으로 주위를 물들일까, 꽃향기가 저녁 하늘에 걸려서 노을이 된 것은 아닐까 등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있어 ‘비상’은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다. 인천시인협회의 가장 큰 목표는 인천 문화와 문학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인천도 충분한 문학적 역량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끊임없이 달릴 계획이다.


고 시인은 “나이가 100살인 사람이 꿈이 있고 열정이 있으면 젊은 사람이지만 아무런 꿈도 없고 목표도 없는 10대는 노인”이라며 “자기 꿈을 향해서 꿈을 향해 나가는 사람이 비상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샛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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