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우와 폭염으로 경기지역 농가가 울상인 가운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2주 뒤로 다가온 추석 차례상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인 22일 기준 배추 1포기 소매 가격은 평균 6717원으로, 전년(4492원)보다 약 2,000원가량 가격이 상승했다.
같은 날 시금치 1kg 소매 가격은 3만 4234원으로 1년 전(2만 6536원)보다 8000원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상추(100g, 2138원), 양파(1kg, 2503원), 미나리(100g, 1078원), 깻잎(100g, 2612원) 등 채소류 대부분의 가격이 전년 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오이(가시계통)는 10개당 1만 8328원에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802원에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2배 수준으로 가격이 치솟았다.
이런 채소류의 가격 급등 현상은 폭염, 마른 가뭄에 이어 지난 8일부터 3일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까지 겹치면서 농가 생산을 저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오이 10개 가격은 폭우가 내리기 전인 지난 5일 1만 2972원에 판매됐지만 불과 2주 뒤인 18일 1만 8033원으로 급등했다.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한 밥상 물가 불안정 상황에서 강원도 양구군 소재 양돈 농가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며 추석 전 밥상 물가가 널뛰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주 양구군에 위치한 돼지 5610마리를 사육하는 한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차단을 위해 발생 농장에서 사육하고 있던 5610마리를 모두 살처분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추가 확산이 없는 이상 추석 차례상 물가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식품부 축산정책국 축산경영과는 "이번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양구 농가 같은 경우에는 돼지를 5600마리 정도 사육하는데, 이는 전국 전체 돼지 사육 마릿수의 0.05% 수준에 불과하다"며 "(다소 적은 수치이기 때문에) 추가 확산이 없는 경우에는 돼지고기 가격이나 밥상 물가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및 관계기관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양구 인근 지역인 경기지역의 양돈 농가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양돈 농가를 방문해 방역 상황을 점검에 나섰다.
경기도는 앞서 3년 전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으로 큰 피해를 본 바 있다. 이후 2019년 10월 9일 연천 지역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한 것을 끝으로 추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돼지열병 확인 즉시 강원도 전 지역으로의 돼지와 축산종사자, 축산차량 이동을 48시간 동안 제한했으며 양구군 돼지 열병 발생 농가와 역학관계가 있는 경기도 내 양돈 농가 52곳에 대해 21일간 이동을 중단시켰다.
또 도내 야생멧돼지 방역 구역 10km 안의 고위험 양돈 농가 224곳에서 매일 임상 검사를 시행하고 강원도와 인접한 경기 동부지역 양돈 농가들에 방역 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경기농협은 도 전역에 대한 방역 활동 강화, 아프리카돼지열병 비상 상황실 운영 등을 통한 행정기관과의 업무 분담 및 상황전파, 농협 비축 기지 방역용품 지원 등을 수행하고 있다.
[ 경기신문 = 이지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