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씨의 2007년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디지털미디어디자인학과 컨텐츠디자인 전공의 박사학위 논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 ‘애니타’ 개발과 시장 적용을 중심으로'의 표절 사실에 대해 대학사회가 어수선하다. 김 씨는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구연상 교수의 2002년 논문 '디지털 컨텐츠와 사이버 문화'를 표절했고, 국민대는 조사 결과 표절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구 교수는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문단을 통째로 베끼는 등 “완전 표절”이라고 밝혔다. 구 교수를 인터뷰한 MBC 시사집중 8월 8일 방송에서 진행자는 특수대학원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국민대 교수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특수대학원 같은 경우는 박사학위 논문 검증이나 심사과정이 좀 상대적으로 허술하고 이런 것들을 오히려 감안”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국민대 교수의 발언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문제의 대학원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이라는 명칭에서 보듯이 특수대학원이 아니라 전문대학원이다. 특수대학원은 전문가 재교육을 목표로 하는 석사과정으로 박사과정이 없다. 대학교수가 전문대학원과 특수대학원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대학원 과정이 난삽하다. 김건희 씨는 국민대 외에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을 다녔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과에서 경영전문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런데 안양대에 제출한 이력서에는 서울대 경영대학원 석사라고 써놓은 게 문제가 되기도 했다.
최고위 과정이라는 것도 있다. 김건희 씨와 함께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수료한 동기가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sbs 리포트도 있었다. 김 씨는 서울대 GLA(Global Leader Association) 과정도 다녔는데, 그때 5일 일정의 뉴욕대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을 별도의 뉴욕대 과정을 이수한 것처럼 이력서에 쓴 적도 있다. 학구열이라고 해야 할지 인맥이나 스펙 쌓기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대단한 열정이다.
대학마다 경쟁적으로 전문대학원과 특수대학원, 그리고 최고위 과정 따위를 두는 목적은 돈이다. 영리기업이 된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학위논문 지도와 심사가 밀도 있게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학위논문이 부실해지는 건 기본이고 표절의 유혹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유독 김건희 씨에게만 해당되는 경우가 아니라는 얘기다.
적어도 대학교수라면 근원적으로 구조적인 원인과 문제를 직시하고 바로잡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본분에 맞는 일이다. 이 경우 드러난 표절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되, 그걸로 그치지 않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의 모색에까지 실천적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순수한 교육적 열정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행위라는 오해를 받기 쉬울 것이다. 대학이 진리 탐구와 교육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마당에 특정인의 표절 행위를 단죄한다고 해서 본질적으로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