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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식 칼럼] 바이든 비난보다 중요한 것

 


“깨져 버린 바이든의 밀어”, “미국의 전기차 ‘뒤통수’에 ‘허둥지둥’”, “‘실망 안 시키겠다’던 바이든이 '현대차의 꿈' 깼다”, “14조 선물 고맙다더니, 미국 이익만 챙기는 ‘중국 견제’”, “이게 한·미 경제동맹이냐” 등등은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유독 현대·기아자동차만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사건에 대한 신문 표제들이다.

필자는 2022년 6월 30일 자 칼럼 “지경학적 분열의 시대,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에서, “기업 경영자는 ‘탈통합’에 선제적으로 앞장설 필요는 없다. 기존의 글로벌 ‘통합’의 이익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서서히 변화에 적응해 나가는 긴 호흡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 강대국들의 말이 아니라 행동에 맞추어 대응하여도 늦지 않다.”라고 조언한 바 있다.

바이든의 행위는 2016년 트럼프가 일반적 예상과 달리 클린턴을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된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백인 중산층 유권자들의 관심은 국제문제보다 일자리 증대와 같은 국내 경제 문제로 이동하였다. 트럼프는 이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승리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제일 지표는 ‘아메리카 퍼스트!’가 되었다. 바이든 또한 승리를 위하여 같은 전략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로는 ‘동맹 복원’을 외치지만, 실제 행동은 ‘미국 우선주의’인 이유다. 앞으로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지에 상관없이 ‘미국 우선주의’는 상당한 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아야 한다.

바이든이 배신했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남북분단의 역사적 유물과 북핵이라는 지정학에 사로잡혀 주변국들이 자국의 지경학적 이익을 위하여 은밀하게 이용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미몽에서 깨어나는 일이다. 지경학 세계에서는 지정학 세계와 달리 동맹도 적도 없다. 오로지 차갑고도 부드러운 ‘보이지 않는 손’이 있을 따름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가리키는 곳은 지경학적 세계관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인플레 감축법의 궁극적 목표는 중국 견제가 아니라 미국 또는 미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있다.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면 동맹국의 경쟁 기업도 규제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 시점에서 현대차 사건이 발생한 것은 차라리 다행스럽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칩4 등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를 표방하는 구상들이 아직 완전히 합의되거나 제도화되지 않은 초기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작금의 지경학적 분열 시대의 실체를 분명히 인식하고 냉철하고 유연하게 대응하여야 한다. 바야흐로 통합·개방·공영의 가치와 분열·고립·독주의 가치가 뒤섞여 생동하는 혼동(混動)의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