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어느새 3개월에 접어들었다. 참혹한 전쟁의 뒤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경학 쟁투는 전쟁 못지않게 치열하다. 유럽은 신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개통을 유보하는 외에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의 수입을 축소하였다. 그리고 러시아를 스위프트 국제금융결제시스템에서 축출하였다. 그 결과 러시아는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국가부도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러시아는 석유·가스 거래 대금 결제 방식을 루블화로 제한함으로써 루블화의 가치를 방어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은 유가 상승으로 경쟁력을 회복한 셰일 석유·가스를 유럽에 수출하는 등 에너지 공급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 산 석유·가스를 싼 가격에 수입하는 이득을 취하고 있다. 게다가 인도는 러시아와의 에너지 거래를 위안화 결제 방식으로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쿼드 국가 중 하나인 인도의 이런 이중 행동을 미국은 쳐다 보고만 있다. 전통적 친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 및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과의 석유 거래 결제 통화로서 위안화 도입을 저울질하고, 중국은 숙원 사업인 페트로 위안화 시대의 조기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의 4대 구성요소로서 파이브아이즈(five eyes), 쿼드(Quad), 한미일 3국 안보동맹, 그리고 한미, 미일, 미·필리핀 등 양자 군사동맹을 든다. 그리고 이를 5-4-3-2 세력 진법, 다시 말해서 오목(五目)동맹 – 사각체제 - 3각 안보동맹 – 쌍무군사동맹 진법이라고 지칭한다. 파이브아이즈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앵글로 색슨 5개국으로 구성된, 최고 수준의 안보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동맹체이다. 쿼드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4개국인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미일 3국 안보동맹은 오바마 정부에 이어서 바이든 정부가 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한미일 공동안보협력체이다. 한국은 진법 ‘3-2’와 관련되어 있으며, 중국이 이를 자국 포위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3각 안보동맹은 동맹 또는 군사협력의 수준에서 미국 주도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이 문제에 대하여 긍정적인 발언을 한 바 있으나, 당선 후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하여 신중 모드로 전환하였다. 문제는 한미동맹이 중국이 인식하는 바와 같이 대중국 동
지난 2월 바이든은 트럼프의 인도-태평양전략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한 ‘인도-태평양전략 버전 2’를 내놓았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쿼드(Quad) 4개국을 중심으로 인도양, 태평양 지역에서 외교 안보, 경제, 기후, 팬데믹, 기술 등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10개의 실천 과제를 선정하였는데 이 중 주목되는 것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구상이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구상은 높은 수준의 무역 조건을 내세워 중국을 배제한 국제 디지털 경제권과 국제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에 대하여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을 통하여 제공하는 것보다 더 나은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정책을 공언하고, 이를 위한 한미일 3국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구상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며 어떤 선택을 하여야 하는가. 바이든은 오바마 정부 시기 부통령으로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비롯한 대외문제에 깊이 관여하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TPP에서 탈퇴하였다(이후 TPP는 일본의 주도로 CPTPP로 변경하였다). 한편 TPP에 대항
“사람이 만일 그 이웃을 상하였으면 그 행한 대로 그에게 행할 것이니. 파상은 파상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을지라. 남에게 손상을 입힌 대로 그에게 그렇게 할 것이며”(레위기 24:19~20). “또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며”(마태복음 5:38~39). 레위기는 구약이고 마태복음은 신약이다. 두 가르침은 정반대이다. 당신은 어느 가르침에 따르려는가? 예수의 가르침은 기존의 율법을 뒤엎는 혁신적이다. 종교적이고 고결하다. 하지만 개인의 종교적 가르침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단체 간, 국가 간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레위기의 율법은 공정·공평하다. 그런 점에서 개인 간, 단체 간, 국가 간의 갈등·대립을 완화 또는 해소하는 규율로서 적절한 것 같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등가성 징벌원칙의 이면에 또 다른 중요한 규율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받은 만큼만 돌려줄 뿐 그 이상의 복수를 금지한다는 점이다. 과잉 복수를 금지한다. 보통 사람은 공격당하면 화를 낸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공한 사건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은 충격적인 사건이다. 1월 중순 이전까지만 해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거나 발발하더라도 러시아의 최대 행동반경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SWIFT) 퇴출 등 거론되는 서방의 강력한 경제금융제재가 러시아의 행동을 제약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월 20일 전후 유럽에서 스위프트 제재에 대한 이견이 노출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푸틴은 전면적 침공을 단행하였다. 서방은 즉시 강력한 제재를 실행하였으나, 정작 스위프트 제재는 2월 26일에야 결정되었다. 푸틴은 이에 반발하여 자국의 핵 운용 부대에 경계 태세 돌입 명령을 내리는 강수를 두었다. 핵 위협으로 대응할 정도로 강력한 스위프트 제재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국제자금결제 메시징 서비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스위프트(SWIFT)의 본사는 벨기에에 있다. 스위프트 제재를 결정하는 주체는 EU(벨기에)이다. EU는 ‘공동 외교 안보’에 관한 정책 결정으로 벨기에를 포함한 27개 회원국에 제재 의무를 부과하고, 벨기에는 스위프트에 제재를 이행해야 하는
‘맹지’란 지적도상 도로와 접하고 있지 않은 땅을 말한다. 개발 가치가 작아서 매우 저렴하다. 지도를 보면 우리가 사는 이 땅은 육로가 막힌 맹지이다. 다행히 3면이 바다인 덕분에 해상교통로는 뚫려 있다. 지난 70여 년 동안 우리는 이 해상교통로를 활용하여 외부 세계와 교류함으로써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오늘날 이 땅의 가치는 세계 10대 경제 강국 안에 들어갈 정도로 커졌다. 언젠가부터 한반도가 중심이 된 지도를 거꾸로 걸어놓고 새로운 시각을 강조하는 것이 유행이다. 넓은 대양으로 뻗어나가는 시각적 이미지는 북쪽으로 막혀있는 지리적 답답함에서 벗어나 웅비의 나래를 펴는 즐거움을 준다. 요즈음 거꾸로 지도를 다시 바라보니 왠지 모르게 답답하고 불안하다. 오른편은 중국에 막혀있다. 위와 왼편은 일본 열도에 막혀있다. 시원하게 뚫린 넓은 바다는 어디로 가고 갑자기 꽉 막힌 ‘맹해’만 보이는가. 중국은 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을 풀지 않고 있고, 일본과는 과거사 재판 문제로 외교적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에 대한 현 정부의 외교가 너무 저자세라고 비판한다. 일본과의 문제는 보수·진보를 불문하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는
최근 터키의 시장논리를 거스르는 “거꾸로 경제정책”에 관한 뉴스가 눈길을 끌고 있다. 물가 상승률은 20~30%를 오르내리는데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년 사이 임대료는 70%, 생필품 가격은 140%나 뛰었다는 소식도 있다. 이자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과 경제독립전쟁 수행 차원에서 저금리 정책을 고수한다고 한다. 최근 10년 터키는 유럽연합 가입을 포기하고 이슬람교와 이슬람권 중심의 지정학 전략에 몰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중심에 레제프 에르도안(Recep Erdoğan) 대통령이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954년 터키 최대의 도시 이스탄불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용돈을 벌기 위해 음료와 빵을 거리에서 팔았다. 1993년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 오랜 골칫거리였던 물부족, 쓰레기 처리, 공해, 교통문제 등을 깔끔하게 처리하여 주목을 받았다. 2003년 총리에 취임하여 눈부신 경제성장의 업적을 쌓았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3000불에서 2012년 1만 2000불로 증가하였을 정도였다. 2018년 6월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헌법 개정 후 선거에서 무난히 당선, 제1대 직선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수행 중이다. 더불어 민주당의 이재명
다사다난했던 2021년을 보내는 이즈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지역에 대규모 군사력을 집결시키고 미국과 NATO에 사실상의 최후통첩장을 날리면서 일촉즉발 결전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자국의 외교부 홈페이지에 요구조건을 공개하는 매우 이례적인 방식을 택함으로써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심지어 1997년 이전의 NATO로 되돌아가는 요구조건은 너무 과하여 미국과 NATO가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인다. 2008년 조지아 전쟁, 2014년 크리미아 병합 및 우크라이나 돈바스 반군 지원 사건 등 러시아의 과거 행동은 전쟁발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을 높인다. 과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까? 필자는 감히 예단컨대 대규모 침공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주된 이유는 푸틴의 대외 정책의 기조가 군사력을 앞세우는 ‘지정학 전략’보다 비용효율성을 중시하고 군사력을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지경학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와는 달리 푸틴은 비용효율성을 중시하는 지경학 전략을 영리하게 운용함으로써 상당한 대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것은 그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