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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 호모 일렉트리쿠스(Homo Electricus)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시작한 인류의 진화는 호모 에렉투스를 거쳐 호모 사피엔스까지 왔다. 현생 인류를 지칭하는 별명으로는 호모 루덴스, 호모 데우스, 호모 이코노미쿠스 등이 있다. 호모 데우스는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지어낸 이름으로 인류가 생명공학의 발달에 힘입어 노화와 죽음에서 해방돼 불멸과 신성과 행복을 구현한 미래의 상태를 예견하는 이름이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인간을 완벽하게 이성적인 존재로 설정한 현대경제학에 대비해 경제주체의 비이성적 감정적 심리를 부각시킨 이름이다.

 

호모 일렉트리쿠스는 필자가 새로 지어낸 이름으로 처음 선을 보인다. 아이디어의 원천은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매클루언의 통찰에 있다. 매클루언은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메시지가 아니라 미디어라는 것.

 

매스 미디어 시대의 메시지 효과 이론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외계어를 대하는 양 낯설 것이다. 생각해보자. 지난 10년 사이에 세상을 뒤집어놓은 것은 스마트폰이라는 미디어인가, 콘텐츠인가? 대답은 자명하다. 기차나 자동차, 비행기 등이 무엇을 실어 나르는가에 관계없이 세상을 변화시킨 것과 같은 이치다. 이것들은 운송수단일 뿐만 아니라 정보의 이동 속도를 증대시킨다는 의미에서 미디어이기도 하다. 매클루언에게 미디어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게 해준 테크놀로지다.

 

지금은 전기 미디어의 전성시대다. 신문과 방송으로 대표되는 매스 미디어의 시대를 주도해온 미디어는 문자와 인쇄술이었다. 사회적 파급력은 전기의 속도에 힘입어 라디오와 TV가 압도적이었지만, 사회적 영향력은 신문과 출판(저널리즘)이 압도적이었다.

 

전통적인 신문과 방송은 이제 전설이 되었다. 그 분기점은 세 번째 새천년인 21세기의 개막이었다. 21세기는 제4차 산업혁명, 디지털, 빅 데이터, 지능정보사회, 초연결사회 등의 특징을 보인다. 이 모든 것의 기반은 전기 자체, 그리고 전기 · 전자 미디어의 힘이다. 미디어가 바뀌면 뇌에서 감각과 지각의 변화를 가져오고,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상호관계와 행동 패턴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특히 전기 미디어에 최적화된 MZ 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과 함께 성장하고, 대략 청소년 시기에 스마트폰을 만났다. SNS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인터넷 기반의 미디어는 감각적이다. 따라서 이 세대는 이성적인 문자와 인쇄 미디어에는 서툴다. 전기의 속도를 중시하는 이들에게 문법은 사치다.

 

21세기 초연결사회는 한 우물만 파는 전문가를 환영하지 않는다. 대신에 여러 다양한 분야를 공부한 융합형 지식인을 선호한다. 자연선택의 원리에 따라 적응해야 살아남는다. 하라리의 통찰도 융합적 공부가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인류는 이렇게 호모 사피엔스 차원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와 시민교육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혁명적인 변화를 ‘호모 일렉트리쿠스’라는 이름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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