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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식 칼럼] 정동 자본주의, 그 너머를 바라보자

 

 

대한민국은 제조업과 무역으로 성공한 나라다. 지난 30년 성공의 토대는 제조업 생태계의 통합, 즉 세계화였다. 그러나 최근 진영화와 고립주의로 인하여 제조업 생태계가 진동·분열하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세계화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손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는 제국주의, 무역 자유화, 세계화 등 외부화 전략을 앞세워 발전을 거듭하였다. 현재의 분열 양상이 자본주의의 반동적 내부화인지 아니면 새로운 외부화인지 모르지만, 한국경제에 차원이 다른 새로운 도전의 지평이 열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현재 세계시장 규모의 축소라는 치명적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기술을 앞세워 이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이 또한 뒤쫓아오는 다른 추격자에게 추월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추격자 전략’에서 ‘선도자 전략’으로 전환하고 과학 기술의 연구개발 투자에 자원을 집중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으나, 이것만으로 충분한 것 같지 않다. 선도자는 첨단 기술의 발전을 선도함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토대로 경제 및 사회의 변화·발전을 주도해 나가는 주체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정동 자본주의’는 주목하여야 할 대표적 선도 사례이다. 자본주의의 3대 생산요소 중 하나인 ‘노동’은 자동화, 인공지능, 로봇 등에 밀려 쇠락하여 가고 있다. 대신에 그동안 가정경제와 사회적 경제의 영역에 속하였던 ‘정동’이 자본주의의 새로운 생산요소로써 그리고 작동원리로서 부상하고 있다.

 

‘정동’은 플라톤 이후 2천 년 동안 지배적 지위를 누려온 동일성 철학의 전통에 반기를 든 스피노자, 니체, 들뢰즈, 가타리 등 자연·생명 철학자들이 창안하고 발전시킨 개념이다. 이들이 말하는 정동이란 정서 또는 감정과 같은 짧은 시간 동안의 주관적 심리 상태가 아니라 인간의 상호 작용 속에서 기쁨, 슬픔, 욕망 등이 소통하고 공감하는 힘, 즉 흐름의 시너지이다. 첨단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이 정동을 자본화한 것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메타 등 플랫폼 비즈니스이다. 첨단 정보기술의 발전은 기술 발전에 적합한 동일성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렇듯 정동 자본주의 탄생의 배후에는 동일성 철학과 함께 자연·생명철학이 존재한다.

 

선도자가 되려면 정동 자본주의, 그 너머를 바라보아야 한다. 그 너머를 바라보려면 사물의 근본 원리를 연구하는 동일성 철학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생명철학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선결과제이다. ‘노동에서 정동으로’ 자본주의의 거대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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