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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대의 미디어 산책]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너의 샴푸향이 느껴진거야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너의 샴푸 향이 느껴진 거야. 장범준이 부른 “멜로가 체질”의 OST 다. 나영석 PD가 “신서유기” 후속으로 새로 기획한 ”뿅뿅 지구 오락실” 이 방송되자마자 화제다. “신서유기”도 튀었지만 이번 출연자는 래퍼 이영지가 2002년생, 아이돌 그룹 바이브의 안유진이 2003년생 등 M세대의 막내 1명과 Z세대의 3명으로 구성되었다. 영지와 나PD 간에 벌어지는 티티카카는 X세대와(나영석) Z세대의 차이를 절로 느끼게 한다. 영지에게 놀림받느라 영석이 형 매우 고달프다. “지금 몇 년 차인데 그래… 옛날 사람이구나” 

 

독일 사회학자 만하임이 말한 존재의 사유 구속성이란 개념이 있다. 인간의 사유방식은 그 사람이 놓여 있는 시공간적 구조, 경제구조 등에 의해 지배받는다는 말이다. 세대가 다르면 각 세대별 존재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사유도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든 샴푸는 럭키화학이 1976년 발매한 “유니나”다. 그 이후 나온 허벌 샴푸, 창포 샴푸, 홍삼 리앤 샴푸 등 모두 자연의 향을 담기 바빴다. 그런데 웬걸? 꽃들 속에 너의 샴푸 향이 느껴진대. 베이비부머 세대와 X세대는 자연의 향을 제품에 옮겨오는데 열중하고 거기에 가치를 부여하던 세대다. 시골에서 올라와 도시에 정착한 베이비부머 세대와 달리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도시에서 쾌적하고 편리한 삶을 살았다. 그들이 취하는 가치는 과거처럼 자연이 아니다. 내게 편안한 이 생활패턴이 깨지는 게 싫다. 이런 존재의 사유 구속성으로 말미암아 꽃들 속에서 샴푸 향이 느껴지는 언어의 도치가 일어난 것이다. 물론 기성세대 입장에서 보는 언어의 도치지만.

 

요즘 프로그램 중에서 장르별로 보면 교양 다큐가 몰락한다. MZ세대의 시청률이 거의 없다. 이 세대는 프로그램이 계도적이고 가르치려 드는 걸 싫어한다. 공감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질은 떨어지지만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해주는 유튜브를 찾는다. 척박한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경쟁하며 살아온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제품 나오고 이를 알리기 위해 광고와 다양한 이벤트를 하는 게 일반적 프로세스다. Z세대 소비층을 대상으로 미디어커머스를 하는 블랭크 코퍼레이션이란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우리가 아는 상식과 반대다. 고등학생 간지 대회(고간지)를 개최하고 여기서 10대 패셔니스트를 선발한다. 이들에게 맞는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주고 비즈니스화 한다. 그래도 잘 팔린다. 정말 다르다. 

 

방송 프로그램은 대중문화의 결집체다. 사회상 과시대의 트렌드가 녹아있다. 트렌드는 시청자 개개인의 바람과 욕망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 것이다. 고재열 여행감독은 캠핑 예능, 차박 등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여행 예능이 구현하려는 것은 자연이 주는 감성은 즐기되 도시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욕망, 그래서 여행 예능의 근간에는 도시 옮기기 게임이 깔려있다.”라고 분석한다. “나는 자연인이다”는 오지 속에서 자연과 하나 되어 사는 삶을 소개하는데 시청자는 중장년층이다. “바퀴 달린 집”과 같은 캠핑 예능은 오지에서도 도시적 삶을 얼마나 즐길 수 있냐를 보여주며 시청자층은 20-40대가 주를 이룬다.

 

여실히 세대 간의 사유양식의 차이가 나타난다. 샴푸에서 자연의 향을 맡는 게 아니라 꽃들 속에서 너의 샴푸 향을 느끼는 거다. 이렇게 세상은 변해간다. 프로그램도 변하는 세상을 담아 전달한다. 시청자도 내가 보고 싶은 것만 골라볼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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