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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 일제 식민지배는 ‘부정’되었는가?

 

“나는 남의 민족에게 식민지화되고 노예가 되었던 민족은, 그 상태에서 벗어나는 순간에 「부정을 부정」하는 전민족적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환시대의 논리』와 함께 1970년대 한국사회에 충격을 주었던 리영희 선생의 저서 『우상과 이성』에 수록된 ‘다나까 망언(妄言)에 생각한다’(1978)에 나오는 핵심적인 구절이다. 일본은 우리의 역사와 언어, 심지어 우리의 민족적 자질과 경험을 그들보다 열등한 것으로 만들고 가르침으로써 우리 민족을 부정했다. 그렇다면 해방 후에는 그 부정을 부정함으로써 노예에서 주인이 된 자아를 긍정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고, 그 결과가 다나까 일본 수상의 “일본의 한국 통치 교육이 한국인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망언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일제시대 교육을 받은 정관계, 재계, 교육계 등의 인사들은 일본인들과의 회합에서 유창한 일본어로 대화하며 친선을 도모한다. 부정을 부정하기는커녕 노예근성이 내재화된 모습이다. 한일협정 회담 당시 식민정책을 합리화했던 구보다 망언 이후 일본 관료들의 망언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그 사람들도 나쁘지만, 우리 내면의 자세도 살펴보자는 것이 선생의 뜻이었다. 같은 책에 수록된 ‘광복 32주년의 반성’(1977)도 같은 취지의 내용이다.

 

그 후로 45년, 광복 77년이 지난 지금은 반성을 토대로 ‘주인이 된 자아’를 회복하고 ‘부정의 부정’이 이루어졌을까?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역사 바로 세우기’도 있었지만, 그 작업을 뒤집는 역주행도 있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사무처장을 맡았던 정운현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 일본은 조선과 전쟁을 한 적이 없고, 내부의 자멸로 식민지가 되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여당 대표의 발언도 있었다.

 

일본의 정치인들이 한국을 얕잡아보는 작태는 지금도 여전하다. 아베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의 기시다 수상까지 대한민국 대통령을 말로나 행동으로나 제대로 대우해준 적이 없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배경은 일본 국민들의 반한(反韓) 정서에 있다. 왜곡된 역사교육의 영향이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언사를 내뱉을수록 추앙을 받고 표가 되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최근 동해에서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이 있었다. 미국의 핵항모가 참여한 대규모의 군사훈련이었다. 통상적인 한미훈련에 일본이 참여한 것에 대한 각성이 없다면, 아직까지 내부적으로 부정의 부정이 되어 있지 않다는 증거다. 미국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부정의 부정이 필요하다. 친일파 못지않게 정신적인 미국인들이 적지 않다.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남한은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고, 북한은 미사일을 쏘고 9·19 합의를 무력화시키는 수준의 전투 훈련을 했다. 북한의 핵무장은 이제 선제타격은 물론이고 미국의 핵우산도 대책이 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마당에 전술핵 배치 타령이라니. 잘못된 역사에 대한 '부정의 부정‘은 여전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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