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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배의 공동선(共同善)] 언론의 ‘한동훈 일방적 비호’ 개탄한다

 

 

지난 10월24일은 48년 전 동아일보 기자들이 자유언론 실천선언 대회를 열고 권력의 탄압을 거부하고 사실보도를 다짐하고 실천하기 시작한 기념비적인 날이다. 유신 시절 죽어가던 이 땅의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한 기자들의 희생적인 투쟁은 1980년 광주학살의 진실 보도를 막은 신군부의 검열거부 운동으로 이어져 오늘의 자유 언론을 만든 밑거름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현직 언론인들은 선배들의 투쟁에 빚을 졌다고 생각해야 옳다.

 

그런데 우리 언론의 이처럼 빛나는 역사가 벌써 빛이 바랬던 것일까? 오늘의 우리 언론 현실에는 온통 비루하고 추악한 보도가 난무하니 어찌 된 일인가?

 

그 일그러진 대표적 사례가 바로 ‘청담동 룸바’ 관련 언론의 보도행태라고 할 수 있다. 탐사전문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이 심야에, 론스타 사건을 비롯한 주로 국익에 반하는 소송을 도맡아온 국내 최대의 로비스트 변호사들 다수와 어울려 술판을 벌였다는 의혹을 기사화했다. 더탐사는 이 보도와 관련해 현장에 있었던 첼리스트의 남자친구와의 통화 녹취록과, 술자리를 주선했다는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대행의 사실확인 통화내용을 인용했다. 이것이 만일 사실이라면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킬 큰 뉴스이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당연히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처럼 큰 뉴스가 터지면 언론사들은 긴급 취재팀을 꾸려 진실파악을 향한 후속 취재에 나서는 것이 정상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언론사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첼로 연주자와 밴드 마스터가 윤과 한, 김앤장 소속 변호사 30여명과 동석해 이들의 노래 반주를 위해 장시간 자리를 같이 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취재원 수도 적지 않고 추가 취재도 어렵지 않을 텐데, 모든 언론이 지금껏 묵언수행 중이다. ‘기사가 안된다’는 듯이 후속보도에 무심한 채 ‘술집 위치도 특정하지 못했다’느니,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졌다고 보기엔 두 사람 모두 쌩쌩했다’느니 하면서 윤석열과 한동훈을 감싸고 있다.

 

이들은 오히려 국정감사에서 관련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의원을 공격하기도 한다. 한 장관의 명명백백한 해명을 촉구하기는커녕 김 의원과 더탐사에 대한 반격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제보자 녹취록에 담긴 첼리스트 대화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한 데다 술자리에서 첼로 공연 대가로 지급한 입금자 이름과 입금 액수를 특정했음에도 한동훈 등이 불러주는 일방적 주장만 ‘받아쓰기’에 올인하는 비루한 모습을 보인다.

 

이는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의 자세가 아니다.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인가? 언론인들은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 공동체가 당면한 의제의 해결을 위해 공론의 장을 형성할 책무를 짊어지고 있다. 이 기본적 책무를 내팽개친 오늘의 게으르고 무심한 언론인들을 개탄한다.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언론은 표현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없다. 성찰하는 언론이 돼야 한다. 그러지 못한 언론은 재앙이고 흉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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