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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대의 미디어산책] 팬덤경제 팬덤정치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될 때 며칠 전부터 줄이 늘어서 있고 샤오미에 열광하는 미펀이라는 팬덤이 있어 2015년 미펀제에서는 12시간 만에 212만 대의 스마트폰이 팔리는 기네스 기록이 세워졌다. 팬덤의 등장은 대중문화에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국내 10대 트렌드로 팬덤경제 부상을 꼽았다. 대중문화적 현상이라고 생각했던 팬덤이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팬심으로 소비하는 팬슈머(Fansumer)는 연예인을 넘어 기업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0년 9월 코로나로 대면콘서트가 불가능할 때 BTS는 방방콘 더라이브란 이름으로 BTS 팬 플랫폼 위버스에서 온라인 공연을 했다. 107개국 75만 명이 동시 관람하면서 순식간에 2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 세계 아미의 열정적 팬덤의 결과다. 대중연예인에게 팬덤은 생존과 성장의 조건이다. 2010년대 들어서는 연예인뿐 아니라 기업, 정치인까지 팬덤의 대상이 되었다. 팬덤경제학의 저자 데이비드 스콧은 기업이 불멸의 브랜드를 갖기 위해선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폰이나 할리데이비슨을 보면 고개가 끄떡여진다. 90년대 고객만족의 마케팅이 고객감동을 지나 이젠 팬덤 확보로 진일보했다. 하다못해 기자도 팬덤시대에 편입되었다. 독자가 구독 버튼을 누른 언론사와 기자의 기사가 우선 노출되니 확보한 팬덤이 많을수록 기사가 많이 읽힐 수밖에 없다. 팬덤은 브랜드 파워의 핵심이다. BTS도 아미라는 세계적 팬덤이 SNS를 통해 만들어낸 성공사례다.

 

정치에서 팬덤의 원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무현의 원칙에 공감했던 노사모는 그를 대통령으로 밀어 올린 공로자다. 노무현 외에 팬덤을 확보한 정치인으로 박근혜, 문재인, 이재명을 들 수 있다. 노무현과 박근혜 두 정치인의 팬덤 기반은 확연히 다르다. 노무현의 팬덤은 자생적 집단이고 30대 고학력의 회사원을 중심으로 노무현의 원칙, 철학, 삶의 가치에 동의하는 깨어있는 집단이다. 박근혜의 팬덤은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은 측면이 강하다. 박근혜를 통하여 박정희의 추억을 소환하고 있다. 

 

원로 정치인 유인태의 말이다. “정치인에게 강력한 팬덤이 있다는 건 자산이지만 끌려다니는 건 망하는 길이다.” 노사모는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부채의식으로 말미암아 대깨문이라는 강성 지지층으로 변했다. 비판의식이 실종되고 안타까운 노무현 후계자인 문재인에 대한 절대적 지지로 변모하면서 팬덤의 역기능이 나타났다. 핵심 지지층만을 위한 정치는 때때로 보편적 국민정서와 유리될 수 있다. 

 

정치인에게 강력한 지지기반인 팬덤은 아무나 갖지 못한다. 다만 열성 지지자가 전 당원, 전체 국민을 대변하지도 못한다. 강하게 의사 표시하는 열성 지지자가 정치 지도자와의 직접적 교감을 통하여 정치 어젠다를 결정하게 되면 대의민주주의는 위축되고 정당의 역할은 축소된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토론, 협상, 타협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프로세스이기 때문이다. 역기능이 제거되지 않은 팬덤은 때때로 정치를 파행시킨다.

 

팬덤정치의 창시자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지지자들에게 ”여러분은 나도 감시하고 나를 흔드는 사람도 감시해달라”라고 한 말이 귀에 어른거린다. 물건은 맘에 들면 사면 그만이고 스타는 좋아하면 그뿐이다. 정치는 패자에게서도 소수에게서도 들어야 할 말이 있다. 모두 다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같은 팬덤이지만 정치팬덤과 경제팬덤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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