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교육현장에서] 다양한 수업 내용을 듣는 즐거움

 

교사는 자기 교실을 챙겨야 해서 다른 교사의 수업을 보거나 들을 기회가 자주 있는 편이 아니다. 학교 안에서 1년에 몇 번 정도 다른 선생님들이 수업하는 걸 보고 소감을 나누는 게 일반적이다. (지금 근무하는 학교는 시정표를 조정해서 전체 교원의 수업을 모두가 보게 짜여 있는데 흔한 일이 아니다.) 이런 방식의 수업 공개는 수업의 흐름 중 1시간만 보여주면 끝이라서 단편적인 수업 내용을 보게 되는 아쉬움이 있다.

 

이런 아쉬움을 달랠 기회가 있었다. 얼마 전에 고양시 교육지원청에서 주관하는 지역 연계 프로젝트 수업 사례 나눔 콘퍼런스가 있었다. 지역 연계 프로젝트는 고양시 교육청이 고양시와 MOU를 맺어서 따온 시 교육 예산 중의 일부를 수업을 재구성하고 싶은 교사들의 신청을 받아서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학급, 학년 단위에서 수업 계획서를 작성해서 예산을 신청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학교 예산보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업 예산을 사용하면서 지켜야 할 점이 고양시 지역 내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뿐인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1년 동안 우리 학년에서 진행해 온 넷볼, 풋살, 등산, 배드민턴 등이 모두 지역 연계 프로젝트 안에서 이루어졌다.

 

예산을 배부한 지 1년이 지나고 수업을 진행한 교사들의 사례 나눔이 ‘지역 연계 프로젝트 콘퍼런스’였다. 30개의 수업 사례 중에 원하는 4가지 사례를 골라서 들을 수 있었다. 나와 우리 학년 선생님은 사례 발표자이자 청중으로 참석했다. 수업이 끝나고 부랴부랴 달려갔는데 시작 시각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더니 빈자리가 안 보였다. 일단 비어 있는 곳에 가서 앉았는데 덕양중학교의 사례 발표를 듣는 자리였다.

 

처음 콘퍼런스 시간표를 봤을 때부터 덕양중이 눈에 띄어서 궁금하던 참이었다. 덕양중은 특이하게 교사가 아니라 주무관님이 사례 발표를 한다고 적혀있었다. 행정실에서 회계 관련 교육 행정 업무를 도맡아 하는 그 주무관님이 분명했다. 행정실은 아이들을 직접 만나는 교육 실무와는 무관한 경우가 많은 터라 우연히 앉은 자리에서 궁금증을 해결할 좋은 기회였다.

 

덕양중 주무관님의 발표는 ppt 140장과 함께 진행되었다. 다른 학교에서 30~40장 내외의 ppt로 사례 나눔을 진행한 데 반해, 양에서부터 압도적이었다. 내용 또한 밀도와 의미, 둘 다 있었다. 덕양중의 프로젝트는 경의선 화전역 근방의 마을을 아카이빙하는 작업이었다. 다른 고양시 지역이 개발되고 있는 것에 반해 화전역 부근은 날이 갈수록 쇠락해가고 있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마을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어 보였다.

 

마을 주변을 탐방하며 지도를 만들고, 그곳에 사는 주민들을 만나고, 아카이빙 전문가에게 작업 방법을 듣고, 결과물을 책자와 그림책으로 만드는, 6개 교과가 재구성된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였다. 과정 하나하나 속에서 아이들이 웃으며 몰입하는 모습이 보였다. 주무관님은 아이들의 전반적인 수업 활동 모습을 촬영하는 것과 더불어 아이들에게 사진을 어떻게 찍는지 수업해주셨다고 했다. 1학년 전체 교사와 다른 학교 구성원들이 모두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사례를 듣는 내내 내년에 마을 아카이빙 수업을 꼭 해봐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콘퍼런스가 모두 끝나고 소감을 나누는데 다들 비슷하게 이야기 했다. “수업을 열심히 하시는 선생님들을 보고 큰 자극을 받았고,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 지역 연계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예산이 내년에도 유지되어서 학교에서 멋진 수업들이 이루어지고 연말에 사례를 듣는 기회가 또 있었으면 좋겠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