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하락을 거듭하면서 지난해 거래된 수도권 아파트 4곳 중 1곳의 매매가격이 기존 전세 최고가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천과 경기 지역에서는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전세가 이하로 매매된 아파트 비율이 절반에 육박하는 등 '깡통 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중개 매매가 이뤄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단지 1만 610곳 중 25.4%(2698곳)가 기존 전세 최고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지난해 4분기는 이런 깡통전세 단지 비율이 40.1%를 기록하며 1분기(12.4%)나 2분기(11.5%)의 4배에 육박했다. 3분기(20.0%) 들어 배로 뛴 데 이어 다시 3개월 만에 배로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에 집값 하락세가 그만큼 가팔랐다는 얘기다. 집값 급락으로 빌라뿐 아니라 아파트 전세 세입자들의 보증금도 불안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용면적 40㎡ 이상인 아파트 실거래 중 계약 해제된 거래와 직거래 실거래가는 제외한 수치다. 기존 전세 최고액은 2020년부터 2022년 사이에 체결된 각 아파트 면적별 전세 최고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수도권 중에서는 인천 지역에서 전세가 이하로 매매된 아파트 비율이 37.4%(1623곳 중 607곳)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1분기 13.4%, 2분기 15.4%, 3분기 28.3%에 이어 4분기에는 48.2%까지 늘며 절반에 육박했다.
2021년 12월 전세 4억 5000만 원에 거래됐던 인천 미추홀구 주안더월드스테이트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2월 3억 5000만 원에 매매되며 1년 전 전세가보다 1억 원이나 싸게 팔렸다.
경기 지역도 지난해 매매 단지 3곳 중 1곳 수준인 32.0%(5584곳 중 1785곳)가 깡통전세 상황에 놓였다. 역시 2분기 12.2%에서 3분기 21.0%로 급등한 뒤 4분기 45.6%로 배 이상 늘었다. 경기 용인 기흥구 효성해링턴플레이스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2월 5억 500만 원에 팔렸는데 7개월 전인 5월 전셋값이 5억 4500만 원으로 4000만 원 더 비쌌다.
서울은 지난해 깡통전세 단지 비율이 9.0%(3403곳 중 306곳)였다. 수도권 다른 지역보다 낮지만, 4분기로 갈수록 늘기는 마찬가지였다. 2분기 7.8%에서 3분기 10.8%로 오른 뒤 4분기 15.9%까지 확대됐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최근 6개월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매매가격이 하락하는 단지가 속출하면서 기존 전세가보다 낮게 거래된 단지도 나타나고 있다”며 “아직 신고되지 않은 12월분 거래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지키려면 보증보험을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매매가 뜸한 단지는 급매물 출현 등으로 집값이 한꺼번에 크게 빠질 수 있는 만큼 전세로 들어갈 때도 주의해야 한다.
진 팀장은 “최근 6개월간 가격 하락이 두드러진 만큼 전세 거래 시 6개월 이상 매매가 없는 아파트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이 경우 비슷한 조건의 인근 아파트 시세를 비교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백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