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집단지성을 믿고, 상상력의 한계를 넘고자 하는 시도가 경기도를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꿀 거라 믿는다.”
‘틀 깨기’를 강조해온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야심차게 준비한 ‘기회경기 워크숍’은 부지사·실국장·공공기관장, 과장, 팀장 등 간부급 800여 명이 머리를 맞댄 도정 최초의 시도였다.
김 지사는 기존 공무원 조직이 갖고 있던 ‘기득권·세계관·관성과 타성’ 등 세 가지 ‘금기 깨기’를 통해 도정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자 했고 첫 실험은 성공리에 마쳤다.
김 지사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되진 않을 것이다. 혼란스러워도 좋다. 틀을 깨고 상상력을 발휘하면 창의가 생길 것”이라고 격려하며 앞으로 4년 간 다양한 시도를 해나갈 것을 시사했다.
지난 6~7일, 12~13일, 18일 등 총 3주 간 진행된 워크숍에선 ‘사전자료·휴대폰·시간제약 없는 3無’, ‘마라톤 토론’, ‘TED 오디션’ 등 다양한 방식이 도입됐다.
◇ 실국장·기관장급…10시간 걸친 열띤 토론 “신선했다”
지난 6일 오후 3시쯤 첫 번째 워크숍이 열린 경기도청 신청사 다목적홀. 도 실국장과 공공기관장 등 78명은 7~10명가량이 한 조를 이뤄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이날 워크숍은 ‘기회정책 청사진’ 토론과 ‘시그니처 정책발굴’ 자유 토론 등 두 가지 세션으로 나눠서 진행됐다.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테이블에는 도정 업무 자료집과 노트북, 메모 수첩 등만 놓였고 사전자료, 휴대폰, 시간 제약은 없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워크숍에 함께 참여한 김 지사는 인사말에서 “친목을 도모하고 스킨십 하는 자체가 워크숍의 가장 큰 성과”라며 “오늘을 즐기자”라고 외쳤다.
첫 번째 세션인 ‘기회정책 청사진’에선 ‘5대 기회 패키지(기회사다리·기회소득·기회안전망·기회발전소·기회터전)’와 자유주제로 집중토론과 종합토론이 열렸다.
토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그동안 정책 실현 가능성과 예산 확보 등을 주로 따져온 도 실국장·기관장 등 간부들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기회터전 논의 분임에선 ‘장애인들의 기회 확보’를 위해 청각장애인 운전기사나 발달장애인 디자이너 등 다양한 공공기관 장애인 의무 고용을 통한 기회터전 실현 방안이 나왔다.
테이블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참석자들을 격려하던 김 지사는 운전기사와 탑승객 간 소통 방법 등을 물으며 관심을 보였다.
또 수원 팔달구에 위치한 경기도 옛 청사 부지 내 군사용 시설인 벙커를 경기도 생산 와인 저장소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안됐다.
두 번째 세션인 ‘시그니처 정책발굴’ 자유 토론은 대한민국과 도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미래 먹거리’를 찾는 핵심 정책 발굴 시간이었다.
자유롭게 분임을 구성해 이뤄진 토론에선 ‘플랫폼노동자 안전기회수당’과 탄소세 추진으로 걷은 재원을 기회소득으로 지급하는 ‘넷제로(배출가스 0)’ 방안 등이 제안됐다.
토론을 마친 후 김 지사의 자체 심사 결과, 지역특성·다양성을 적용하는 기회터전 실현 방안과 팔달구 옛 경기도청사 활용방안 등을 제시한 기회터전조가 우수조로 선정됐다.
참가자들은 새로운 방식의 워크숍이 신선하다고 평했다. 한 기관장은 “기관장들과 실국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격의 없이 토론하는 모습이 신선했다”고 전했다.
◇ 과장급 TED 형식 정책 오디션…“알 깨고 변화 취할 것”
지난 12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과장급 대상 워크숍은 정책 오디션 형식인 ‘TED 워크숍’에서 우수 정책 아이디어 20개가 선정됐다. 워크숍은 과장급 200여 명과 도내 공공기관 본부장급 80여 명 등 총 28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워크숍은 도전(Try)·열정(Energy)·꿈(Dream)의 약자인 ‘TED’ 방식으로 열린 정책 오디션이었다. 과장·기관본부장들은 정책 제안을 한 후, 직접 PPT를 켜놓고 발표도 진행했다.
정책 제안과 PPT 발표 후에는 도 대표 정책 발굴을 위한 ‘기회경기 시그니처 정책 자유토론’과 분임 별 발표가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즉석에서 ‘우리 동네 다회용 컵 활성화 방안’ ‘취약계층 반려동물 건강관리 플랫폼 구축’ ‘2025년 도청 앞마당에서 세계도서관대회 개최’ 등의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김 지사는 이날 “중간관리자인 과장들이 저를 포함해 위에서 하라는 일에서 그치는 관리자가 되지 말고 상사와 기싸움에서 이겨 먼저 반 발짝씩 앞서 나가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참가자들은 긍정적으로 평했다. 한 과장은 “연차가 쌓일수록 틀에 스스로를 가두며 관행에 몸을 기댔는데, 알을 깨고 변화를 취해야만 우리 사회 기회를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팀장급, 김동연 지사 특강과 맞손토크로 머리 맞대
마지막으로 진행된 워크숍은 팀장급 전 공무원 450여 명이 경기도청 대강당에서 모여 소통하며 ‘집단지성의 장’을 마련한 자리였다.
김 지사는 ‘경기도의 유쾌한 반란’을 주제로 특강에 나섰다. 성장과정과 공무원 선배로서 공직 생활 조언, 정치를 하는 이유 등 진솔한 이야기와 민선 8기 도정 철학을 공유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깨는 반란’과 ‘자신에 대한 반란’ ‘사회를 뒤집는 반란’ 등을 언급하며 “내가 유쾌한 반란의 ‘수괴’가 될 테니 함께 하자”고 당부했다.
이후 진행된 맞손토크에선 ‘팀원들과 힘든 일을 하며 으쌰으쌰 할 때 행복하다’ ‘국장, 과장 공석 대행 시 팀장할 맛 안 난다’ 등 팀장들이 직접 적은 메모를 김 지사가 즉석에서 읽으며 소통했다.
한편 이날 워크숍에서는 지난 TED 과장급 워크숍 제안 정책에 대한 최종 심사도 이뤄졌는데 7건의 우수 정책이 선정됐다.
세 차례 걸쳐 진행된 이번 워크숍은 지난해 말 ‘미래 먹거리’ 해법 모색을 위해 선보였던 기회경기 혁신포럼 ‘경바시(경기도를 바꾸는 시간)’ 시즌1에 이은 ‘틀 깨기 행정’의 연장선이었다.
김 지사는 모든 워크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아이디어의 질이나 실천 가능성과 별개로 같이 토론할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고 평했다.
도는 이번 워크숍의 가장 큰 성과로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감대를 형성한 것과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점을 꼽았다.
앞으로도 도는 공무원 조직문화 쇄신과 도민중심 정책 발굴을 위해 도정 4년 간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