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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이들의 수호자’ 안토니오 살리에리의 고백…연극 ‘아마데우스’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를 질투했던 살리에리의 이야기
시기, 우월감, 연민 등 감정 통해 관객 공감 이끌어내
젠더프리 캐스팅…다양한 매력의 주인공 만날 수 있어
4월 1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죽음을 앞둔 이가 여러분에게 애원합니다. 제 마지막 관객이 되어 주시겠습니까. 이 안토니오 살리에리가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

 

적막이 감도는 무대 위 휠체어를 탄 한 노인이 등장한다. 그는 자신이 천재적인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죽였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짓에 대한 고백을 시작한다. 그의 이름은 ‘안토니오 살리에리’다.

 

동명의 영화로도 잘 알려진 연극 ‘아마데우스’는 동시대를 살았던 음악가이자 실존 인물인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이야기에 극작가 피터 셰퍼(Peter Shaffer)의 상상력이 더해져 완성된 작품이다.

 

 

1981년 토니 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연출상을 포함해 총 5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1984년 밀로스 포먼 감독에 의해 영화화돼 제5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을 수상했다.

 

극은 18세기 비엔나를 배경으로 모차르트에게 경외와 질투를 느끼며 자신의 평범함에 고통스러워했던 살리에리의 고뇌를 조명한다.

 

노력파 음악가 살리에리와 재능을 타고난 천재음악가 모차르트의 대립을 통해 신을 향한 인간의 애증과 진정한 예술적 재능을 열망하는 예술가의 심리묘사를 담았다. 질투와 시기, 연민과 우월감 등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인간의 감정을 표현해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 “불공평한 신이여, 욕망을 주셨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죠.”

 

살리에리는 10살 때부터 음악을 간절히 원했다.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서 자신의 하나님께 기도했다. “주여, 음악을 통해 당신이 자랑하고 나 또한 영원히 추앙받는 위대한 작곡가가 되게 해주세요.”

 

신에게 자신의 성심과 금욕된 생활을 평생 바치겠다고 약속한 살리에리에게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부모님의 지인이 갑자기 나타나 그를 비엔나로 데려갔고, 머지않아 황제를 만나 궁정 작곡가로 성장했다.

 

비엔나에서 가장 성공한 음악가로 살아가던 그의 앞에 신동과 천재라는 수식어를 몰고 다니는 모차르트가 등장했다.

 

첫 만남부터 음탕하고 천박하기 그지 없던 모차르트. 그런 사람이 작곡을 한다는 것조차 살리에리는 신기하기만 한데, 모차르트는 살리에리가 만든 환영 행진곡을 지적하고 심지어 살리에리가 사랑한 오페라 가수 카테리나와 염문에 휩싸인다.

 

증오로 가득 찬 살리에리는 공주의 음악 선생님 자리를 빌미로 모차르트의 아내에게 접근하고 그를 통해 모차르트의 악보들을 보게 된다.

 

수정한 흔적 없이 깨끗한 모차르트의 악보들. 살리에리는 그 순간 깨닫는다. 모차르트는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작곡을 끝내놓고 악보에 그저 써 내려갔을 뿐이란 걸.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살리에리는 공허한 자신의 음악에 수치심을 느낀다.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대비되는 자신의 평범함을 개탄한다.

 

살리에리는 신을 향해 외치기 시작한다. “욕망을 주셨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죠. 난 당신의 장난질에 더 이상, 절대 굴복하지 않아. 이제부터 우리는 영원한 적입니다. 영원한.”

 

 

◇ 150분 가득 채우는 배우들의 호연

 

‘아마데우스’는 등장인물의 감정에 집중된 극인 만큼 150분(인터미션 포함) 동안 대사가 빼곡히 채워져있다.

 

특히, 살리에리 역은 무대를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첫 등장부터 관객들을 향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며 막이 내릴 때까지 끊임 없이 상황을 설명하고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들려준다.

 

모차르트의 오페라가 공연되는 순간마저도 무대 한편을 지키며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시기하고, 자신의 평범함에 절망하는 표정들을 연기한다.

 

 

작품은 지난 2020년 재연 때부터 젠더프리 캐스팅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이번 삼연에서도 살리에리로 분한 차지연의 연기는 돋보인다.

 

차지연은 탄탄한 발성과 성량으로 자신을 버린 신에 대한 분노에서부터 모차르트를 무너뜨리겠다는 복수심, 모차르트를 향한 마지막 미안함까지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해낸다.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와 오페라 가수 카테리나를 유혹하는 장면들에서는 어색함 없이 살리에리에 녹아들어 남성과 여성이라는 역할 구분을 지워버린다.

 

1막과 2막 마지막 장면에서는 절절함으로 관객의 몰입감을 높인다. 신에게 온 마음을 바쳐 맹세하고 오직 음악 하나만을 바랐던 그의 외침은, 자신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이들을 보며 상처받았던 누구에게나 울림을 준다.

 

또 죽음을 앞둔 노인의 마지막 고백에서 자신을 ‘평범한 이들의 수호자’라 지칭하며 위로를 전한다.

 

 

모차르트 역의 이재균 역시 빈틈없이 극을 메운다. 떼쟁이 어린아이같은 명랑함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함, 자신만이 진짜 음악가라 생각하는 당당함, 말년의 노쇠한 모습 등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자칫 유치해보일 수 있는 모차르트를 매력적인 인물로 보이게 끔 연기한다.

 

또한, 카테리나 역의 손의완은 성악 전공자로 마술피리 속 밤의 여왕 아리아를 불러 극의 보는 재미를 더한다.

 

 

차지연과 이재균 두 배우를 비롯해, 살리에리 역에 김재범, 김종구, 문유강이 출연하고 모차르트 역에는 전성우, 최우혁이 함께한다.

 

오는 4월 11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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