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체육회가 서울의 한 대형약국으로부터 코로나19 항체진단키트 수 만개를 기증받았지만 사실상 사용이 불가한 제품이어서 무용지물로 전락될 처지에 놓였다.
경기도체육회는 지난 1월 4일 도체육회관에서 8번가 위드팜약국(이하 약국)과 ㈔남북체육교류협회로부터 4억 원 상당의 코로나19 항체진단키트를 기증받기로 하고 기증식을 열었다.
당시 도체육회가 약국에서 기증받은 코로나19 항체진단키트는 채혈을 통해 항체를 진단하는 방식으로 채혈에 필요한 침과 튜브가 필요하지만 채혈도구는 기증 물품에 포함되지 않았다.
도체육회는 2월 초 약국 측에 채혈도구가 없음을 알렸고, 약국 측은 제품 판매사에 이같은 내용을 전달해 판매사에서 채혈튜브와 침을 제공했다. 하지만 튜브는 키트 수량에 맞는 8만여 개가 지원됐지만 채혈침은 키트 수량에 턱없이 부족한 300여 개만 제공됐다.
기증받은 제품의 배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던 도체육회는 이달 초 시·군체육회와 종목단체 등 도내 체육단체에 코로나19 항체진단키트를 수령해 가라는 공문을 보낸 뒤 도내 체육단체에 채혈침을 제외한 진단키트와 채혈튜브를 각각 800여 개씩 배포했다.
채혈침이 없음을 확인한 체육단체들은 도체육회에 이같은 내용을 알렸고, 체육회로부터 채혈침은 각 단체에서 별도 구입해 사용하라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문제는 이 진단키트의 사용기한이 4월 29일까지로 체육단체가 전달받은 날로부터 1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데다, 한 박스가 키트 25개에 시약 1개(4.5㎖ )로 구성돼 있어 25명이 한자리에 모이거나 시약을 돌려가며 검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본지 취재 과정에서 이 제품이 전문가용으로 일반인들이 사용했을 경우 검사 결과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제품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약국 측이 일반인들로 구성된 체육단체에 사용할 수 없는 제품을 기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제품을 제조한 제약사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전문가용으로 병원이나 연구소 등에서 사용하는 제품으로 일반인이 사용했을 경우 검사 결과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전문가용으로 제조된 약품을 왜 일반인으로 구성된 체육단체에 기증했는지 의아하다”고 전했다.
사용기한이 임박한 제품이 기증된 점도 문제다.
경기도약사회 측은 “강제성을 띄진 않지만 제약업계에서 의약품을 기증할 때 통상적으로 사용기한이 6개월 이상 남은 제품을 기증한다”며 “다만 기증받은 단체에서 사용기한이 임박한 걸 알고도 받았다면 제공자 측에서는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위드팜약국 관계자는 “기증한 제품의 사용기한이 4월 말까지인 것과 전문가용인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선수들이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경기도체육회 등 체육단체들이 제휴관계를 맺은 병원이 있고 제휴병원에서 사용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도체육회 관계자는 “지난 1월 항체진단키트를 수령했고 2월 말쯤 채혈튜브를 받아 3월부터 체육단체에 배포했다”며 “배포 당시 사용기한이 임박했음을 체육단체에 알렸지만 전문가용인 것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한편 해당 진단키트를 제조한 제약사는 “배포된 제품에는 유해물질이 포함되지 않아 일반폐기물로 처리해도 되지만 제품이 많아 폐기가 어려울 경우 제품을 보내주면 회사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 경기신문 = 유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