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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속 유랑하는 이야기 보물찾기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기획전 ‘이야기 유랑선’
현대미술을 어린이들의 눈높이로 풀어내
이슬로·애나한·이정윤·박경종 작가 참여
예술놀이터 ‘러브, 플레이, 마음’ 운영
8월 6일까지, 전시 관람료 무료

 

‘현대미술’이란 무엇일까. 망망대해 위 떠있는 한 조각 배처럼 막연하기만 한 이 질문에,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그리고, 체험하며 작품 속 의미를 찾아가는 전시가 열렸다.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지난달 31일 개막한 기획전 ‘이야기 유랑선’은 현대미술이라는 넓고 큰 바다에서 ‘그림 속 숨은 이야기를 찾아 유랑한다’를 주제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현대미술의 다양한 양상과 작품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슬로, 애나한, 이정윤, 박경종 등 작가 4인이 참여해 회화, 설치, 미디어아트 등 작품 35점을 선보이며 서로 다른 경험과 감정을 공유한다.

 

전시를 기획한 이연주 학예사는 “아트스페이스광교가 위치한 지역 특성상 어린이·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전시에 대한 수요가 높다”며 “어린이들이 현대미술을 처음 접할 때 낯설고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을 ‘바다를 유랑한다’는 이야기로 풀어 누구나 즐겁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 ‘로’가 초대하는 활짝 핀 봄

 

도넛으로 유명한 디저트 카페의 마스코트 ‘슈가베어’로 MZ세대에게 인기를 끄는 이슬로 작가는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봄처럼 생기 가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출발’은 동글동글 다양한 모습을 한 씨앗들이 모여있다. 여러 씨앗들 뒤 미술관 유리벽에는 더욱 다채로운 색을 뽐내는 꽃들로 채워졌다. 아이들은 씨앗을 안아보고 굴려보며, 어떤 씨앗에서 어떤 꽃이 피어날지 탄생을 상상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캐릭터 ‘로’가 그려진 작품 ‘천진난만’은 7개의 입간판 속 꽃이 봉오리부터 순차적으로 피어난다. ‘로’는 꽃과 함께 잠에서 깨어나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이슬로 작가의 대표적 연작 중 하나인 ‘이름 모를 어딘가’에서는 한 방향으로만 달리고 있는 다양한 ‘로’들이 등장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씨앗에서 탄생한 우리들이 미래로 나아갈 때, 어디로 향할지 상상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밝고 생동감있게 뛰어다니는 ‘로’를 그렸다.

 

또한, 사람과 사람, 세상과 나 등 삶의 다양한 관계에 대한 고민을 표현한 작품 ‘인스턴트’, ‘친구’ 등 연작을 만날 수 있다.

 

 

◇ 시각·청각·미각까지…산책하듯 즐기는 작품의 공간

 

애나한 작가는 전시실의 공간적 특성과 조명, 소리, 색감 등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관객을 작품 속으로 이끈다.

 

전시실에 들어가면 새벽을 의미하는 푸른빛의 방을 만나게 된다. 마치 새벽 안개와 같은 흰 천을 지나면 복숭앗빛의 새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그 안에는 스포트라이트로 비춘 사탕이 있는데, 사탕은 이슬 모양의 하얀 빛을 띤 꿀맛 나는 ‘만나(manna)’를 상징한다.

 

‘만나’는 성경에 등장하는 음식으로,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인들이 광야에 이르러 굶주릴 때 하느님이 내려준 양식을 뜻한다.

 

관람객은 ‘만나’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풍경을 상상하며 회화와 설치 그리고 음향으로 이뤄진 작품 안에서 공감각적 경험을 느낄 수 있다.

 

애나한 작가는 “단순히 회화로 끝나는 작품이 아닌 공간에 대한 경험을 주고 싶었다”며 “관람객이 마치 산책을 하듯이 새소리와 발자국 소리 등으로 구성된 사운드를 들으며 전시실을 걷고 감상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 상상의 우주, 상상의 바다를 여행하는 작품들

 

이정윤 작가는 초승달, 코끼리, 선인장 등 우리에게 친숙한 모습들을 다양한 형태로 거대하게 만들거나 여러 장소에 설치해 평범한 일상 속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각기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는 세 개의 방을 선보인다.

 

첫 번째 ‘코드 그린: 깨지기 쉬운 행성’은 깜깜한 우주 공간과 같은 방에 UFO 형태의 공기 조형물과 유리구슬이 별처럼 빛나고 있다. 유리 오브제들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꽂혀 있는데, 각각의 오브제들은 하나의 행성을 뜻한다.

 

전시 기간 동안 관람객들은 이 공간에서 자신만의 우주를 상상하고 꾸밀 수 있다. 미술관에서 준비한 야광 클레이를 활용해 자신만의 행성을 만들어, 전시에 참여할 수 있다.

 

 

두 번째 ‘마법사 모자가 있는 모래틈 상상정원’은 거대한 마법사의 모자가 전시장에 가득 차있는 모습을 통해 흥미를 유발한다.

 

수십 개의 드로잉과 오브제로 구성된 ‘다정한 오너먼트’가 설치된 방에는 색동 옷을 입은 달이 시선을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둥둥 떠 있는 달 주변으로는 포근한 촉감의 러그와 따뜻한 색감의 의자들이 놓여 있다. 관객들은 천장에 매달린 오브제와 벽면의 드로잉을 앉거나 누워서 감상할 수도 있다.

 

또한, 광교호수공원 방향으로 미술관 밖을 나가면 전시관 외벽에 설치된 진분홍 하이힐을 신은 대형 코끼리 ‘낙하하는 코끼리’를 볼 수 있다.

 

 

◇ 별빛 가득한 체험의 장

 

박경종 작가는 회화와 애니메이션을 다룬다.

 

회화 작업 ‘보물찾기’와 애니메이션 영상 ‘보는 나를 본다’는 별개의 작품이지만 서로 연결돼 있다.

 

‘보물찾기’는 얼핏 일반적인 숲을 그린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다양한 동식물들이 담겨있다. 이는 ‘보는 나를 본다’로 이어져 캔버스 물감 아래 숨겨진 이야기 세상을 애니메이션으로 발견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별의 정원’은 물감의 점과 선이 겹치고 쌓여 밤하늘과 우주로 변한다. 사람들이 모여 마을이 생긴 것 처럼, 별들이 모여 만든 은하수 마을을 보여 준다.

 

관객은 앞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적을 수 있다. 메시지는 ‘별의 정원’ 속 하나의 작품이 돼 밤하늘을 유랑한다.

 

전시를 모두 관람하고 나면, 예술 놀이터 ‘러브, 플레이, 마음(LOVE, PLAY, MAUM)’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가 2023년 교육프로젝트로 마음 스튜디오와 함께 선보이는 ‘러브, 플레이, 마음’은 너와 내가 연결되고, 어린이와 어른이 하나로 이어지고,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마음이 담겼다.

 

두 팔을 벌린 사람 모양과 같은 ‘T’자 형태와 동그라미 구조물로 이뤄진 이곳에서는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거나 놀이를 할 수 있고, 편히 걸터앉아 휴식을 즐길 수도 있다.

 

전시 기간 동안 워크북 배포, 작가워크숍, 공연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전시는 오는 8월 6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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