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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전정부 탓으로 국민을 보호할 수는 없다.

 

집을 산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부족한 돈은 세입자를 들여 보증금으로 충당한다. 내 돈은 얼마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게 해도 집 값은 오를테고, 오른 집 값이 대출 이자보다는 많을 것이니 문제되지 않는다. 세입자가 나간다고 하면 당장 돈이 없어도 후임 세입자가 구해질 때까지 버티면 되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전세계 중 유일하게 대한민국에만 있다는 전세제도다.

 

전세의 핵심은 부동산의 목적이 주거가 아닌 투기라는데 있다. 내가 살 집이 아닌 누군가에게 빌려줄 집이라는 것이 전제다. 내가 살 집도 아닌, 다른 사람이 살 집을 굳이 사는 이유는 시세차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다. 물론 과거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집에 따라 다세대 주택을 많이 지었고, 다세대 주택에는 세입자가 필수적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전세는 투기를 전제로 한다.

 

전세는 기본적으로 위험한 제도다. 투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투기는 반드시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 손실이 발생한 투기 시장은 붕괴하고만다. 꽤 오랜시간 동안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엔 광풍이 불었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올랐다. 이러한 광풍 속에서 전세에 문제가 발생할 위험성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광풍이 걷히자 곧바로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전세사기다. 애초부터 집값보다 높은 보증금을 받고 전세를 주었다고 하니 시작부터 사기 의도가 다분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르던 광풍의 시기엔 문제되지 않았다. 거품이 걷혀야 비로소 문제가 보이는 것이다.

 

인천에서 수천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전세사기가 벌어졌다. 야당은 대책을 내놓으라며 정부를 압박하고 정부 역시 대책에 고심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정도 했으면 그만 할 법한 논리가 식상하기는 하지만 어김없이 다시 등장했다. 바로 전정부 탓이다. 작금의 전세사기가 문재인 정부 시기가 집값 폭등 탓이라는 것이다. 국토부 장관인 원희룡의 공식 발언이었다.

 

맞다. 전세 자체가 투기를 전제하는 것이고, 전세사기가 가능할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의 절정이었다. 하지만 광풍이 잦아들고 거품이 걷힐 때 찾아오는 위기를 대비하고 관리하는 것 역시 정부의 역할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문재인 정부의 집값 폭등의 책임을 물어 집권한 것이 현 윤석열 정부다. 광풍을 비판하여 집권한 정부라면, 광풍이 지나간 자리도 고민했어야 하지 않은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여태 전정부 탓만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하루하루 지옥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까지 발생하고 있다. 국민의 고통을 해결할 능력이 없으면, 그저 전정부에게 책임을 돌릴 생각 밖에 할 수 없다면 그냥 정권을 돌려 주는 것이 낮지 않겠는가?

 

국가의 제1의무는 국민의 보호다. 국민의 보호는 전정부 탓에서 찾을 수 없다. 국민 역시 전정부만 탓하는 정권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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