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의 한미정상회담은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내용으로 하는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확장 억제를 강화한다는 것은, 미국의 핵우산 보호를 거듭 확인하면서 기존의 재래식 무기 타격 수준과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강화한다는 뜻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핵 공격시 즉각 반격을 감행해 북한을 궤멸시켜놓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냉정하게 살펴보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남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공공연한 핵 공격 훈련에 대한 방어적 차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원인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 지금까지의 확장억제도 가공할 화력을 과시하는 마당에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평화의 길은 점점 더 험난해질 전망이다.
1968년의 푸에블로호 사건 이래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미국은 그 후로 북한을 대상으로 한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시작한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 부상한 네오콘의 득세와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을 거치면서 미국은 북한을 더욱 더 궁지로 몰아넣는다. 궁지에 몰린 북한의 선택은 핵무기와 ICBM이었다. 조직문화의 기원을 추적하는 화난 원숭이 실험처럼, 이제는 최초의 원인은 실종된 채 ‘북 핵 위협’은 물신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핵 무장이나 대안으로서의 전술핵 배치 주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다. 가까이 일본의 경우 과학기술의 수준과 경제력으로 보았을 때 오래 전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행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원폭 피해를 경험한 일본 국민들의 정서와 아시아 국가들의 불신 등이 그 이유다. 실익이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만 핵전쟁에 무감각한 상태에서 핵무기를 숭배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한미 정상은 확장억제를 위한 협의체로서 핵협의그룹(NCG)의 신설을 제안했다.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기획을 협의하며, 비확산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 7일 한일정상회담을 마친 후 NCG에 일본이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NCG는 한국의 의도와는 다르게 일본이 참여하게 되면 미국이 구상하는 아시아의 NATO가 될 공산이 크다.
대다수 보수적인 뉴스 매체들은 한미정상회담 및 워싱턴 선언과 한일정상회담을 추켜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북한을 겨냥하는 한미일 합동군사훈련까지 실시되었는데도 무감각이다. 북한 핵 문제의 해결책은 북미관계의 정상화다.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만든 미국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 일본까지 참여시키는 군사훈련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강 대 강 대결의 결과는 비극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 마당에 워싱턴 선언이란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뜬금없는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