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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 대학 혁신, 서울대 10개 만들면 되나?

 

EBS가 ‘다큐멘터리K 대학혁신’이라는 타이틀의 5부작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 혁신의 과제와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복기해주었다. 5월 17일 방영된 1부 ‘왜 대학은 달라져야 하는가’를 시작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 ‘최고의 대학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채용이 대학을 바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1일의 ‘대학, 창업의 중심이 되다’로 막을 내렸다.

 

1부에서는 대학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로 자퇴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교수들이 수업을 부실하게 해 등록금이 아깝다는 것이다. 2부에서는 중앙대 김누리 교수와 경희대 김종영 교수가 혁신과 융합형 교육으로의 전환을 강조하면서 제기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를 주 의제로 다루었다.

 

3부에서는 새로운 지식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공간이 아니라 틀 안에 가두어 두고 창의력을 억누르며 ‘지식 답습’을 강제하는 대한민국 대학의 문제를 다루었고, 4부에서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인재를 요구하는 기업과 그에 부응하지 못하는 대학의 현실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5부에서는 대학이 창업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리조나 대학과 가천대학의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혁신의 장애물은 학과 체제를 고수해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교수들이다. 2부에서 단국대 양영윤 교수는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대학의 문제는 교수의 문제다. 교수는 봉건영주와 같다. 단과대와 전공별로 철옹성을 쌓아놓고 지키려고만 하고 빗장을 걸어 잠근다.” 라고 했다.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명분으로 혁신과 융합교육을 강조해왔지만 시늉만 하고 안 되는 이유다.

 

해답은 나와 있다. 교수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학과체제를 타파함으로써 융합형 교육과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창업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일방적인 강의와 시험을 통한 형식적인 상대평가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생들을 학점 벌레로 만든 것은 대학과 교수들의 나태함과 오만이다. 대학이 고등학교의 대학입시를 위한 암기식 교육을 답습해서는 나라의 미래가 없을 것이다. 고등학교는 그래도 문이과 통합교육으로 전환했지만, 학과체제의 대학에 들어가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혁신의 과업을 개별 대학의 결단에 맡기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정부, 특히 교육부가 결단해야 한다. 찔끔찔끔 재정지원을 무기로 대학을 길들이며 관료들의 노후대책으로 간주하는 타성에서 벗어나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대학 혁신에 나서야 한다.

 

서울대 중어중문과 김월회 교수는 경향신문 6월 7일자 칼럼에서 ‘융합과 학생선택권 강화’를 이데올로기로 폄훼하면서 적대감을 드러냈다. “창의력은 차치하고 실무역량이나 전문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은 융합역량을 사회가 반길 이유는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융합역량은 그 자체로 전문역량이요 자연스럽게 창의성의 원천이 되고, 실무역량은 창업교육에서 길러질 것이다. 양질전환의 법칙은 때로는 역발상이 필요한 때가 있다. 변혁의 시기에는 선도적인 질적 혁신으로 기존 질서를 일거에 바꾸는 것이다. 지금 대학이 그런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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