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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 상장 차일피일 弟 신동빈, 兄 신동주 의식하나

국적 논란 해소 위해 필수적인 호텔롯데 상장
신동빈 회장 "한일 롯데 완전히 장악하며 필요성 낮아"
한일 롯데 분리될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에 여지 줄 수도

 

신동빈 회장이 한국과 일본의 롯데 경영권을 장악한 이후 본격적인 통합경영 행보를 펼치며,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한/일 롯데의 지배구조 분리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제의 난'으로 불리던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빈 회장이 완승하면서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분쟁 당시에는 국적 논란 해소와 한국 롯데 경영권의 완전한 확보를 위해 상장이 필요했다면, 일본 롯데까지 장악한 지금은 상장을 통한 한일 롯데 분리가 오히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일본 롯데 경영 복귀에 여지를 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호텔롯데 상장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동안, 신 회장은 통합경영을 통한 '원 롯데'를 강조하며 한일 롯데의 지배구조 분리보다 협력을 통한 시너지에 더욱 힘을 싣고 있는 모양새다.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 당시 호텔롯데 상장을 수차례 강조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위치한 광윤사 최대주주이자 한국롯데를 사실상 지배하던 일본의 롯데홀딩스 주요 주주였던 형 신 전 부회장의 한국 롯데에 대한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전략이었다.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의 롯데에서 모두 회장직에 오르며 형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완승을 거뒀고, 신 회장 주도의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졌다. 분쟁 직전인 2014년 417개에 달하던 순환출자 고리를 분쟁 직후인 2016년 67개로 줄였고, 2017년에는 한국 롯데의 지주사 격인 롯데지주를 공식 출범시키며 지주회사 전환으로의 초석을 다졌다. 롯데지주의 최대주주는 일본 계열사들의 지배력이 높았던 롯데알미늄에서 신 회장으로 교체됐다. 

 

그럼에도 한국 롯데는 일본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롯데지주 이전에 사실상 지배회사 역할을 했던 호텔롯데가 롯데지주 지분 11.1%를 가진 2대주주로 건재하고, 호텔롯데는 롯데홀딩스, 주식회사L 제4투자회사, 광윤사 등 일본 계열사들이 99%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롯데알미늄 역시 호텔롯데, L제2투자회사, 광윤사, 호텔롯데부산 등 일본 계열이 9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물산도 일본 자본의 지분이 절대적이다. 

 

결국 롯데가 국적 논란을 완벽히 해소하려면 롯데알미늄과 롯데물산의 주요주주이자 한국과 일본 롯데의 결정적 연결고리인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자본의 지분율을 희석해 영향력을 낮추는 것이 최선이다. 호텔롯데 상장은 동시에 신 전 부회장의 입김에서 한국 롯데를 완전히 벗어나게 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했다. 패하긴 했지만 신 전 부회장의 일본 롯데에 대한 영향력이 일부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 회장과 롯데그룹이 꾸준히 추진해 온 호텔롯데 상장은 2016년 한 번의 시도와 철회 이후 적절한 기회를 찾지 못하고 공전중이다. 2015년 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특허심사에서 탈락하며 타격을 입었고, 2017년에는 중국의 경제보복도 있었다. 이후 잠깐 회복됐던 실적은 2020년 코로나19 악재를 맞으며 다시 상장은 먼 얘기가 됐다. 

 

대내외적 악재가 겹치며 호텔롯데 상장이 무기한 연기된 가운데, 최근에는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 의지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에 대한 도전을 8년간 성공적으로 방어하며 신 회장의 롯데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졌고, 한일 롯데 모두에 신 회장의 측근들을 배치하며 친정체제 구축이 완료되면서다. 신 회장도 국적 논란 해소보다는 한일 롯데 통합경영에 더욱 방점을 찍고 있다. 

 

신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이후 일본 롯데의 지배력도 강화됐다. 롯데홀딩스의 이사회 및 현지 주주들을 장악하면서다. 실제로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주총에 9차례의 주주제안을 하며 경영 복귀 혹은 신 회장의 실각을 도모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모두 실패했다. 

 

최근 롯데그룹이 한국과 일본에 각각 '미래성장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한 것도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신 회장은 한국 롯데지주 ESG 경영혁신실과 일본 롯데홀딩스 산하에 각각 같은 조직을 신설했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의 이같은 행보가 한일 롯데 경영을 원활케 하고 통합경영을 통해 '원롯데'로써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한국에서는 롯데케미칼 상무로, 일본에서는 롯데홀딩스 부장으로 근무하며 한일 양쪽에서 일하고 있는 것도 관심이다. 최근 부쩍 잦아진 신 상무의 대외활동에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승계작업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경기신문 = 백성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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