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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헌정의 '오늘의 성찰'] 증오는 너무 쉬워

요컨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나치의 아만성이 우리 안에서 똑같은 야만성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우리 안의 그런 야만성을 물리쳐야 하고, 우리 안의 증오를 부채질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안의 야만과 증오를 다스리지 않으면 수렁에 빠진 세계가 조금도 헤어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최악의 범죄까지 포함해서 대상을 똑바로 바라보려 한다. 그래서 무분별한 행위가 초래한 무시무시한 파멸 한가운데 있는 벌거벗은 작은 인간을 발견하고자 한다. (유대인 명부를 기록하면서 소리를 지르는 게슈타포 장교를 두고 한 말)

 

모든 사회의 정치가 악해질 수 있으며 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해지고, 악마 같은 손아귀로 사람들을 움켜쥐고,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체계의 제물에 불과하게 된다. 인간의 손으로 만든 거대한 건축물과 뽀족탑들이 우리 위로 올라가고 우리를 지배하지만, 그것들이 우리 위로 무너져 우리를 매장시킬지도 모른다.

 

“남들의 타락한 면은 우리 안에도 있어.” 나는 그에게 계속 설교했다. “나는 다른 해결책은 알지 못해.” 나는 시선을 자기 내면으로 돌려 자기 안에 있는 타락한 면을 뿌리 뽑는 것 말고는 정말 다른 해결책은 몰라. 정말 몰라. 먼저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고서 세상의 어느 것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더 이상 믿지 않아. 그리고 나에게는 그것이 이 전쟁에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유일한 교훈인 것 같아. 다른 데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내면을 살펴봐야 한다는 거야. (반파시즘 운동에 가담하고 있는 친구 얀에게)

 

어리석은 사람의 말에 대한 가장 좋은 대답은 침묵이다. 우리가 대답하는 한 마디 한 마디는 반드시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모욕으로 모욕을 갚는 것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장작을 던지는 것과 같다. 자신을 모욕한 자에게 평온한 얼굴로 대하는 자는, 그것으로 이미 상대방을 극복한 것이다.

마호메트와 알리는 어느 날 한 남자를 만났는데, 그 남자는 자신이 알리에게 모욕을 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를 욕하기 시작했다. 알리는 그것을 참을성 있게 견디면서 상당히 오랫동안 듣고만 있다가, 드디어 더이상 참지 못하고 상대방의 모욕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마호메트는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리지 않고 두 사람이 마음껏 서로 욕을 퍼부으며 싸울 테면 싸우라는 듯 그 자리를 떠났다. 한동안 싸우고 나서 알리가 마호메트를 뒤좇아가 섭섭하다는 듯이 말했다. “왜 내가 그 교활한 놈으로부터 욕지거리를 듣고 있는데도 나를 두고 가버린 건가?” 그러자 마호메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사람이 자네를 욕하는데도 자네가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 나는 자네를 에워싸고 있는 열 명의 천사들이 그 남자에게 대답하고 있는 것을 보았네. 그런데 자네가 그 남자에게 같이 욕을 하며 반격을 시작하자 천사들은 모두 자네 곁을 떠나더군, 그래서 나도 자네를 두고 떠난 걸세.” (이슬람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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