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연수구에 사는 A씨(69)는 다른 구에 사는 딸을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버스를 탔다가 당황했다.
버스를 탈 때마다 현금을 내는 게 더 편해 교통카드를 쓰지 않았는데, 버스기사가 “현금 안 받는다. 카드 내라”고 한 것이다.
기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A씨는 당황해 어쩔 줄 몰랐지만 뒷사람이 자신의 카드로 대신 결제해줘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뒤늦게 자신이 탄 차가 ‘현금 없는 인천버스’라는 사실은 안 그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더 황당했던 건 카드가 없을 경우 마련된 대체 탑승 방법이었다. 버스 벽에 핸드폰 앱으로 교통카드를 발급 받거나 버스기사에게 교통카드를 구입하거나 계좌이체를 하라는 설명서가 붙어있었다.
A씨는 “인천에 현금 없는 버스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모바일 교통카드 발급아너 계좌이체 등의 대안도 어렵다. 이제 버스 타기도 겁난다”고 말했다.
‘현금 없는 인천버스’의 등장으로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느끼는 불편‧소외감이 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247대로 시범운영하던 현금 없는 버스를 지난 1일부터 951대로 확대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인천 준공영제 노선 50%에 해당한다. 시는 현금 승차 비율 감소와 현금요금함 교체 비용을 이유로 현금 없는 버스를 도입했다.
지난해 인천 현금 승차 비율은 1.68%였는데, 현금요금함 교체비용만 약 85억 6000만 원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결국 시는 지난 2021년 현금 없는 버스를 도입한 서울시에 이어 시범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카드 보단 현금 사용이 편하고, 전자기기를 잘 다룰 줄 모르는 노인 등은 이 제도가 반가울 리 없다.
대체 방법 중 버스에서 교통카드를 구입하는 게 그나마 쉽지만, 오히려 버스기사들이 고개를 저었다.
한 버스기사는 “도착 시간에 맞춰 운전하며 대체 탑승 방법까지 챙기는 건 솔직히 벅차다”고 토로했다.
시는 이같은 반응을 이해한다면서도 다른 방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요즘 노인들도 카드를 많이 쓰지만 여전히 디지털 취약계층이 있다는 사실은 시도 고민했던 부분”이라며 “현재까지 대체 방안은 찾지 못했지만 시범운영을 확대하진 않을 것이다. 더 고민하겠다”고 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