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로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폭 지원했던 지역화폐 국비지원을 내년부터 중단한다. ‘지역화폐=지자체사업’이라는 것이 이유인데 정치권에서는 정권 교체에 따른 ‘이재명표 정책’ 지우기라고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엔데믹에도 대내외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정부의 국비지원 중단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지역화폐를 악용하는 사각지대가 드러나고 있는 만큼 ‘정책 재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신문은 ‘위기에 빠진 지역화폐’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지역화폐 예산을 줄인다고요?”…코로나 끝나니 지원도 ‘뚝’
②대형마트·금은방도 OK…지역화폐 사각지대 보완 고민해야
③지역화폐 예산 확보 전쟁 예고…정책적 강화 필요한 시점
<끝>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역화폐 예산 ‘전액 삭감’ 카드를 꺼내 들면서 내년도 예산심의 과정에서 야당의 거센 저항이 예상된다.
정부 한 관계자는 경기신문과 통화에서 “정부 내에서는 작년부터 재정당국과 계속 얘기를 해왔다”며 “일단 (전액 삭감된) 지역화폐 정부 예산안은 9월에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지역화폐 정책은 ‘이재명표 정책’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때문에 예산심의과정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여야 간 지역화폐 예산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여야 내부에서는 지역화폐에 대한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당은 정부가 이미 전액삭감 기조를 세운 만큼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정부 방침에도 경기도는 예산 확보에 집중하고 있고, 경기도의회는 정책 강화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지역화폐 정책은 효과가 입증됐다는 것이 이유다.
지난 5월 기준 경기도의 지역화폐 사용량은 4268억 3800만 원으로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비 지원이 최고조에 달했던 2021년 5월 기준 4131억 원보다 137억 원 늘었다.
문병근(국힘‧수원11) 도의원은 지난달 제369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지역화폐 사용처를 대폭 확대해 지역 상권 소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원길(국힘‧김포1) 도의원 역시 “지난달 본회의에서 경기도 지역화폐 보급 및 이용 활성화 조례 개정안이 통과됐다”며 “이를 통해 건전한 유통 질서 확립으로 지역화폐 이용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최근 경기신문과 인터뷰에서 “도는 지난달 기획재정부 지방재정협의회에 국비 반영을 요청하는 등 지역화폐의 안정적 발행을 위해 정부에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예산 확보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지역화폐 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한 제도적 강화방안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장기적 혜택을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사실 지역화폐 예산 축소는 정권이 바뀌면서 나온 얘기”라면서 “지역화폐는 정치적 측면이 아닌 본래 취지에 따라 정책적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장을 역임한 최승재 국민의힘 국회의원 역시 지역화폐에 대한 예산 축소가 아닌 정책적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정부에서 예산을 깎으면 지자체는 예산을 쓸 수 없다”며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소상공인을 돕는 정책과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예산 축소가 아니라) 지역화폐에 대한 정비 등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우선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중앙에서 지원이 없으면 지역에서 가용재원을 어떻게 쓸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이벤트와 기획을 더하면 작은 재원으로 최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오프라인 소비보다 온라인 소비가 높은 것은 걸림돌”이라며 “자영업자들은 오프라인 위주에서 벗어나 온‧오프라인을 연계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경기신문 = 김한별·이유림 기자 ]